‘노조회계’ ‘최저임금’서 충돌하는 노정… 노동계, 5월 1일 전국 ‘총궐기’ [오늘의 노동이슈]

권구성 2023. 4. 2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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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을 추진하는 정부와 노동계가 주요 현안마다 충돌하며 파열음을 내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첫 전원회의는 노동계의 공익위원 사퇴 압박으로 파행을 겪었고, 회계 투명성 강화에 나선 정부 현장조사에 노동계가 반발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노조 대응에 ‘법치주의’를 내세우는 정부 기조 속에 노동계는 ‘5·1 총궐기’로 투쟁 전선을 확대하는 양상이다. 

지난 21일 금속노동조합 관계자들이 고용노동부의 회계서류 비치·보존 여부 관련 노조 대상 현장 조사를 앞두고 서울 중구 금속노조 사무실 앞에서 현장 조사 규탄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회계’부터 ‘최저임금’, ‘고용세습’까지

23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1일부터 회계자료 제출을 거부한 노조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지만 노조 반발에 부딪혀 불발됐다. 앞서 정부는 노조의 ‘깜깜이 회계’ 사태를 계기로 조합원 1000명 이상인 노조 334곳에 회계서류의 비치·보존 여부를 보고하도록 했다. 이중 42곳은 자료 제출 의무를 지키지 않았고, 정부는 현장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자주성 침해” “부당한 개입”이라며 맞서고 있다. 지난 21일에도 정부는 현장조사를 위해 서울 중구 민주노총 본부를 찾았지만, 민주노총 지도부가 입구를 지키면서 현장조사가 불발됐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명백한 월권이고 정부가 강제로 올라갈 수는 없기 때문에 정중히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역시 조합원들이 입구를 막아서면서 현장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고용부는 “관련 법령에 따른 적법한 현장 행정조사임에도 해당 노조는 이를 모두 거부했다”며 “행정조사 거부 의사가 최종 확인된 노조에 대해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근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도 시작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지난 18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의 첫 전원회의는 노동계의 공익위원 사퇴 촉구 농성과 공익위원들의 불참으로 파행을 겪었다. 통상 첫 전원회의는 근로자위원(9명)·사용자위원(9명)·공익위원(9명)으로 구성된 최임위 위원들이 인사를 나누는 상견례 성격을 갖지만, 올해는 시작부터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연합뉴스
노동계가 사퇴를 촉구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정부 노동개혁의 밑그림을 그린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이자, 상생임금위원회 부위원장이다. 노동계의 사퇴 압박은 향후 최저임금 협상에서 주도권은 물론 노동개혁 전반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노동계는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와 경영계의 충돌로 번번이 공익위원안이 채택되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양대노총은 “공익위원들이 2년 연속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근거도 없는 산출식을 적용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공익위원 간 의견을 조율하는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권 교수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는 입장이다. 전원회의가 파행을 겪은 데 대해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노조의 고용세습 철폐에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은 단체협약에 노조 소속 조합원 자녀를 우선 채용하도록 고용세습 조항을 유지한 기아자동차와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입건했다. 지난해 8월 고용부는 단협에 이 같은 조항을 둔 기업 63곳에 시정명령을 내렸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은 데 따른 첫 사법 조치다. 윤석열 대통령도 “미래 세대의 기회를 박탈하는 고용 세습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며 고용세습에 대한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고용부는 ‘공정채용법’ 입법도 추진하기로 했다. 기업의 채용 비리와 노조의 고용세습, 채용 강요 등 불공정 채용 근절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 장관은 “현행 과태료 규정을 형사 처벌까지 높여 법적 실효성을 강화하고, 국가나 지자체가 공정한 채용 질서와 관행이 확립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5월부터는 채용 강요가 만연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건설현장 등 1200곳을 대상으로 집중 점검도 벌일 예정이다.

지난 19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서 숭례문 방향으로 행진하기 전 노동시간 개편, 직무성과급 임금제 도입 등 정부 노동정책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법치주의 내세운 정부, 노동계는 ‘5·1 총궐기’ 예고

정부의 강경 기조는 근로시간 개편안으로 주춤해진 노동개혁의 동력을 되살리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당시 법치주의를 내세운 강경 대응으로 지지율이 상승했는데, 이런 측면에서 노동개혁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관측이다. 

노동계는 내달 1일 노동절을 앞두고 전열을 다듬는 분위기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을 비롯해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등의 정부 노동개혁으로 압박을 받던 노동계는 근로시간 개편안이 여론의 질타를 받자 노동개혁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5월1일 ‘노동개악 저지’ ‘윤석열 심판’을 구호로 총궐기 대회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총파업 투쟁과 관련 “올해는 예년과 다르다. 어느 때보다 규모 있는 총파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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