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드림' 아이유 "대중의 기대감? 버겁진 않아요"
아이유는 지난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브로커'로 영화에 도전했다. 첫 영화로 제75회 칸영화제 무대를 밟는 잊지 못할 경험도 쌓았다.
'드림'은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을 빼 놓을 수 없다. 아이유는 "말맛을 구현하기 힘들었다. 집에서 부단히 연습했다. 현장 분위기나 모든 것이 스피디했던 거 같다. 스태프들과 합도 좋고 빨랐다"고 만족했다. '드림' 속 아이유는 기존에 선보였던 캐릭터들과는 결이 다르다. 아이유 역시 "그 동안은 슬픔의 정서를 많이 보였던 거 같다. 당시 사연없는 캐릭터를 하고 싶었는데 그 때 '드림'의 소민이를 만나게 됐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최근 배우 이종석과 공개열애를 시작한 아이유. 연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개봉 전이라 아직 그분이 '드림'을 보시지는 못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드림'이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배우 개인으로서 만족도는 어떤가.
"굉장히 재밌게 봤다. 배우들과 이야기 나눴을 때 우리끼리의 만족도는 높은 분위기였다. 각자 좋았던 이야기 나누며 힘도 주고 그랬다. 오래 작업했던 작품이기도 하고 '브로커'라는 작품도 개봉하긴 했지만, 내게는 처음으로 참여하게 된 첫 장편 작품이어서 개봉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고 기대가 되고 설렌다."
"현장 분위기가 스피디했던 거 같다. 모든 스태프들과의 합이 좋고 빨랐다. 첫 작업이라 그런지 나만 속도를 못따라가는 거 같아서 초반엔 긴장을 많이 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워낙 좋고 다 이끌어주셨다."
-박서준과의 '말맛'나는 티키타카가 인상적이었다.
"박서준 씨와 첫 호흡이라 기대됐다. 촬영에 들어가보니 좋았다. 약간의 긴장감과 텐션이 극 중 관계를 드러내는 것에는 도움이 됐다. 어려운 부분은 감독님이 대사 호흡을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하신 게 있어서 그 부분이 둘 다 어려웠던 거 같다. 그것도 금방 적응을 해 나갔다."
-이병헌 감독 표 '말맛'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면.
"쉽지 않았다.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 원하는 표정과 목소리가 확실하게 있어서 감독님 의견을 많이 따랐다. 현장에서도 여러 테이크에서 이런 저런 시도 하면서 OK를 받을 수 있었다."
-박서준과의 호흡은 어땠나.
"친해질만하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촬영이 중단됐다. 그래서 많이 친해지진 못했다. 촬영하는 내내 박서준이라는 배우에게 많이 놀랐고 감탄했다. 이 작품 전에도 서준 씨의 작품을 보기도 했고 워낙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봤지만, 작품 이후로는 더 배울점이 많고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하는 신에서 오히려 서준씨 덕분에 시너지를 많이 받았다."
-이병헌 감독이 '드림'에 대해 "박서준·아이유가 영화의 취지에 공감해줬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었던 영화"라고 밝혔다. '드림'의 첫인상과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4년 전에 제안 받았다. 그 당시 드라마에서는 어두운 걸 많이 해서 사연 없는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시나리오도 잘 읽히고 소민이 캐릭터도 잘 담겨 있었다. 첫 장편영화였는데 여러 선배님들과 호흡을 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첫 영화인데 선배님들과 함께 현장에서 보고 배우면서 내가 내 역할을 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슬픔이나 사연이 많은 캐릭터들을 연달아 선택한 이유가 딱히 있었던 건 아니다. 그 당시 마음이 갔거나 내 선택이 반영된 거 같다. '드림'을 선택했을 땐 그 때의 내 상태가 반영됐다. 밝은 캐릭터에 대한 매력을 이번 작품을 하면서 느꼈다. 지금 촬영하는 '폭싹 속았수다'에서도 캐릭터가 입체적이고 밝은 역할이다. 이 작품을 선택한 것도 '드림'의 영향이 있었던 거 같다. 소민이를 연습하면서 개인에게도 좋은 영향이 있었다. 많이 웃고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심플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매력을 많이 느끼고 있다."
-한국 영화계가 좋은 사황은 아니다.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
"영화는 두편째인데 흥행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는 것 자체가, 앞서가는 게 아닐까 싶다. 내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홍보에 힘쓰고 많은 분들이 극장을 찾을 수 있도록 매진하고 있다. 걱정 반, 설렘 반 오랜 시간 제작에 힘쓴만큼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브로커'에 '드림'까지, 메시지적으로도 좋은 의미를 지닌 작품을 연이어 선보이게 됐다. 작품 선택시 고려하는 부분일까.
"'브로커'도 그렇고 '드림'도 그렇고 굉장히 큰 부분이긴 한 거 같다. 워낙 글 읽고 작품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물론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의 매력으로 작품에 빠져들기도 하지만, 작품이 결국에 이야기 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에도 크게 매력을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드림도 내게 좋은 인상으로 다가왔다."
-'열정리스' 소민과 실제의 아이유는 차이가 있는듯 한데.
"소민이가 자신은 '열정리스'인 것처럼 이야기 하는데 사실 소민은 열정적인 인물이라 생각하고 참여했다. 이 친구는 극에는 담기진 않았지만 전사를 가정했을 때 분명 열정적으로 세상을 대하고 외면받은 기억이 있지 않을까. 후천적으로 시니컬해진 게 아닐까 싶었다. 방어기제처럼 생각했다. 그러다가 '난 열정이 없는 사람이야' 하게 된 게 아닐까. 홍대나 다른 선수들을 만나면서 소민이의 원래 모습이 살아난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소민이란 캐릭터가 나와 크게 멀지 않다고 느꼈다. 내 실제 모습과도 크게 다르진 않은 거 같다. 물론 난 매사 적당히 하진 않지만 소민이처럼 마음 속의 불꽃이 있기도 하고 욱 할 때도 있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이나 닮아 있는 부분도 있다."
-추후 운동 선수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는지.
"좋은 작품으로 제안이 온다면 도전해보고 싶을 거 같다. 아직까진 제안을 받아본 적이 없다. 피지컬적으로 운동을 잘할 거 같은 체형이 아니라 제안이 없지 않았나 싶다. 드림처럼 스포츠를 잘하는 영화가 아니더라도 스포츠를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 정도의 역할은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요즘은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웃음)."
"좌절도 있지만, 프로젝트를 끝내면 좋다.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도 든다. 영화 작업을 많이 해보지 않아서 작품의 특성인지 영화의 특성인지 모르겠지만 '브로커'도 '드림'도 뭔가 긴 호흡으로 함께 한다는 느낌이 참 안정적으로 다가왔다. 소속감이나 안정감이 크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슬럼프가 온다면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궁금하다.
"만약에 번아웃 같은 시기가 오면 전에 써놨던 일기들을 많이 보는 편이다. 꼭 종이에 쓰지 않았더라도 항상 메모하는 습관들이 있다. 기록해둔 메모를 보면서 이건 순간의 감정일 뿐이야라고 바깥으로 나가려는 습관이 있다. 작은 슬럼프나 번아웃이 왔을 때 오래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내 자체가 좋은 기분이나 나쁜 기분이나 한 기분에 오래 머물러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디폴트로 내가 가지고 있는 기본값으로 돌아가려는 습성이 강하다. 그렇게 슬럼프에서 탈출해 왔다."
"너무 황홀한 기억이었다. 내 주변 분들도 항상 내 콘서트에 오시는 분들도 그 공연 이야기는 아직도 오래오래 하실 정도다. 부모님도 그렇고, 큰 기억이었고 큰 성과이기도 했다. 잊을 수 없는 순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아이유의 성취가 매해 거듭된다. 대중이 아이유에게 거는 기대가 너무 커져서 버겁진 않은지.
"버겁게 느껴지진 않는다. 모두가 그런 책임감이나 남들의 기대에 충족하고 싶은 욕구는 있으니까. 내가 갖는 무게가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다만 팬분들과 오랫동안 깊은 유대를 나누면서 지내고 있다 보니 30대가 됐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기도 하다. 20대에 보여드렸던 모습처럼 그런 열정을 가지고 많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하는 작은 걱정이나 부담은 조금 있다."
-앞으로 펼쳐질 30대의 아이유에 대해 스스로 그려본 모습이 있을까.
"크게 없다. 꼭 이렇게 해야지 계획하고 있는 건 없다. 20대 때 마지막 '라일락'을 내면서, 너무 촘촘히 계획하고 내 스스로를 많이 괴롭히는 정도의 계획은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한 게 있다. 지금은 흘러가는대로 오히려 그런 다짐을 하고난 후에 좋은 흐름을 많이 만났다. 이렇게 사는 것도 좋다고 끊임없이 느끼고 있다. 당분간은 큰 계획 없이 흘러가는대로 살고 싶다."
-배우로서는 가수 출신이라는 우려로 시작해 천천히 대중의 인정과 신뢰를 쌓아오는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온 느낌인 것 같다. 배우로서 앞으로의 목표나 기대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운이 좋게 너무 좋은 작품들도 많이 만났고 배울 수 있었던 것도 많아서 하나하나 다 의미있고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목표나 기대가 있다면 점차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큰 계획이나 목표 자체가 없이 지내고 있기 때문에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의 역할에 충실히 책임을 다 하면서 연기생활도 해나가다 보면 잘 걸어왔다 싶을 듯 하다."
"촬영하면서 느낀 많은 분들의 열정과 진심, 이런 것들을 스크린에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울림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좋은 주제를 가진 영화인만큼 조금 지쳐있거나 늦었다고 고민을 가진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조금이라도 힘이 났으면 좋겠다."
-공개 열애 소식으로 많은 축하를 받았다. 이종석도 '드림'을 봤는지.
"아직 개봉작이 아니어서 영화를 보지는 못했다."
-최근 가수 후배의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몇년간 가요계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많이 들렸는데 가수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부분에 대해 생각하거나 느끼게 되는 부분도 있을까.
"아침에 일어나서 안타까운 소식을 보고 사실 마음이 지금도 많이 안좋다. 이 일을 하면서 힘들어 하는 동료나 친구들 많이 봐온 입장에서, 안타깝고 예전에 큰 상을 받은 상황에서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는데, 힘들고 아프고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면 우리가 서로한테 좀 더 관대해질 수 있는 사회면 좋지 않을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당장 내 주변에 좀 더 관대하고 작은 관심이라도 더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다. 많은 분들이 마음이 많이 무거우실 거 같다. 나도 그렇다. 관계자 분들이나 동료들이 많이 그러지 않을까 싶다. 서로서로 챙겨주고 응원해주고 그런 분위기가 되면서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드림'으로 관객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한다고 했는데 지금 인간 아이유에게 가장 힘과 위로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요즘엔 그 하루하루의 성취감인 거 같다. 촬영도 하고 있고,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하루의 일정을 다 무사히 마무리하고 계획했던 시간에 잠자리에 들 때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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