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백만장자 나오려면[금융시장 돋보기]

송길호 2023. 4. 24.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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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요즘 연금개혁이 논의되는 모습을 보면 노후가 불안해진다. 자식 세대를 위해 지금 부모 세대가 더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십분 공감하지만 마땅한 노후대책이 없는 현실에서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이럴때 노후 소득의 파이를 더 키울 수 있도록 사적연금 개혁을 패키지로 함께 제시하면 어떨까. 공적연금이 축소되고 노후 준비가 점차 각자도생의 시대로 가야 한다면 각자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 선진 사례를 참조할만하다. 미국에선 퇴직연금 백만장자가 흔하다. 도대체 가능한 스토리인가 반문할 수 있겠지만, 실제 미국 연금가입자의 3% 정도가 은퇴할 때 백만장자가 된다. 미국 성인의 8% 정도가 백만장자라고 하는데 퇴직연금의 기여도가 적지 않은 셈이다. 대기업 임원이나 투자전문가가 아닌 일반 근로자가 백만장자가 되는 마법의 미국 퇴직연금, 그 비밀은 무엇일까.

먼저, 파격적인 세제혜택이다. 미국은 매년 2만2500달러(약 3천만원)까지 DC 불입액에 소득공제를 해준다. 한도까지 근로기간 25년간 불입하면 평균 5% 수익률만 내도 퇴직연금 백만장자가 된다. 공제한도가 900만원인 우리나라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이다. 우리나라는 사용자가 매년 납입해 주는 후불임금성 퇴직금(2021년 평균 527만원)을 고려해도 미국과 동일조건으로 백만장자가 되기 위해서는 연간 1600만원을 추가 납입해야 한다. 지금보다 공제한도를 늘리지 않고서는 더 오래 일하거나 더 공격적으로 연금자산을 운용해야 퇴직연금 백만장자 탄생이 가능한 셈이다.

미국 국민들의 퇴직연금 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 퇴직연금은 미국의 가장 대중적인 저축상품의 하나이다. 가계 금융자산의 30%가 연금자산이며 34%의 주식(펀드)과 큰 차이가 없다. 예금은 15%에 불과하다. 우리는 여유자금이 생기면 예금으로 돌리지만 미국은 주식 아니면 연금으로 간다. 더 놀라운 것은 공제한도 3천만원까지 전부 납입하는 근로자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연봉 1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의 약 20%가 3천만원 한도까지 매년 납입을 하고 있고, 연봉 7만 5천 달러에서 10만 달러 미만 소득자도 약 5%가 한도까지 납입한다. 주된 이유는 노후 대비 외에도 절세를 꼽을 수 있다. 주식, 채권, 예금까지 어떤 금융상품을 거래하든 연금계좌 내에서는 이자소득세와 배당소득세가 은퇴까지 이연되는 최고의 절세상품이란 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역시 IRP에 1800만원까지 납입 가능하고 펀드의 배당소득세나 예금의 이자소득세를 은퇴까지 이연해주고 있지만, 절세와 재테크에 적극 활용하는 가입자는 많지 않다. 퇴직연금이 최고의 절세 저축상품이라는 인식 전환이 중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높은 운용수익률이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 DC형 연금의 평균 수익률은 5.2%였다. 두 차례의 위기 속에서도 탄탄한 자본시장의 기반위에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디폴트옵션 등 선진화된 퇴직연금제도를 갖추면서 높은 장기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익률은 2%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수익률 여건이 개선돼야 우리나라도 퇴직연금 백만장자가 탄생할 수 있다. 높은 수익률은 전문적인 연금자산배분이 가능한 운용체계를 갖출 때 가능하다. 투자한도 등 운용규제를 폐지하고 전문적 자산배분을 가능케 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퇴직연금을 국민연금이 운용토록 하자는 일각의 주장은 국민연금 재정에도 다층연금체계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연금의 양호한 수익률 역시 기금형 제도가 정착된 결과이다.

계약형 퇴직연금제도로 인해 자본시장의 전문성이 퇴직연금자산 운용에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낮은 수익률의 원인이다. 퇴직연금에도 국민연금처럼 정부가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기금형 제도를 도입할 때 퇴직연금 백만장자는 비로소 가까운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다.

송길호 (kh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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