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사기에 "보증비율 낮추고 월세로 돌려야"

박슬기 기자 2023. 4. 24.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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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한 인천시내 한 아파트에 경매 입찰에 반대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뉴스1
전세 사기 피해를 키운 요인 중 하나로 전세자금대출이 지목되고 있다. 금융권에선 전세대출의 보증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세대출 보증비율은 현재 최대 100%인데 전세대출 보증은 임차인의 전세자금 마련을 도와준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하지만 이와 달리 실질적으로는 임대인이 임차인을 통해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이어서 대내외 여건 변화에 취약한 불완전 사적 계약을 유지하는 것은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전세 제도의 거시경제적 위험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현재 시행 중인 전세자금대출 보증 비율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전세제도를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상호이익이 된다면서도 거시적 측면에선 주요 경제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임대인은 본인 소유의 주택을 통해 임차인에게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주택 가치의 50∼80%에 달하는 큰 규모의 자금(전세보증금)을 단번에 조달할 수 있다"며 "임차인은 특히 전세보증금의 상당액을 자기 자금 혹은 낮은 비용으로 충당할 수 있는 경우 월세보다 낮은 비용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주택을 소유함에 따르는 가격 변동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세 계약이 사적 계약임에 따라 거래 상대방 위험에 대한 보완 장치가 미비하고 부채의 특성과 규모가 명확하지 않아 규제 적용이 까다롭다. 이에 따른 거시경제 파급효과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다는 게 박 위원의 판단이다.

박 위원은 전세대출의 불완전성을 두가지로 요약했다.

우선 전세 계약에서는 거래 만기 시점의 계약 불이행에 대한 페널티를 정의하지 않는다. 박 위원은 "계약 2년 만기 후 임차인이 재계약을 원하지 않지만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한다면 이는 대출에 대한 채무불이행(디폴트)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전세 계약에서는 이 경우 임대인이 어떤 식으로 페널티를 받는지 또는 임차인에게 어떤 식으로 보상할지를 충분히 명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세 거래에서는 실질적으로 자금을 빌리는 임대인의 신용 상태 등을 임차인이 충분히 점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박 위원은 "임차인은 해당 주택에 대한 담보 설정 및 채권 순위 등을 확인하고 확정일자를 설정하는 등 만일에 대비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임대인의 신용 상태, 연체 이력, 또는 여타 주택 보유 여부에 따른 자산 가치 변동 위험에 대한 노출 등 향후 전세보증금 반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사전적으로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전세 계약은 일반적으로 상환을 담보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부족한, 주택을 매개로 하는 개인 간의 금융(대출)거래라는 게 박 위원의 정의다.

집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가계대출 규제를 받지만 전세 계약은 개인 간 금전거래라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박 위원은 "예를 들어 임대인이 주택을 담보로 LTV 40%만큼 대출이 있고, 주택가격의 40%로 전세보증금 계약을 하면 임대인은 이를 통해 80% 대출을 받는 것과 같다"며 "전세 거래에서 임대인의 전체 부채 수준이나 소득은 고려 대상이 아니므로 DSR, 즉 전세보증금 반환 위험 자체를 평가할 수 없어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전세 계약은 구조상 임대인에 대한 유동성 공급인 동시에 주택매입에 필요한 자기자본 규모를 줄이기 때문에 주택가격과 거래 변동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게 박 위원의 설명이다.

박 위원은 "전세보증금이 주택가격의 80%에 달한다면 해당 주택은 자기자금이 주택가격의 20%만 있으면 매입할 수 있다"며 "일반화하자면 전세 거래는 전세가 없는 경우에 비해 주택시장으로 자금을 추가로 유입시키며 주택 거래를 쉽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그러면 전세대출 문제를 어떻게 해야 최소화할 수 있을까.

박 위원은 "전세대출 보증에 관한 조정은 공적 기관이 완급을 조절하며 직접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므로 쉽게 접근 가능한 방식"이라며 "전세자금대출 보증 비율을 점진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세대출보증은 사실상 금융회사가 직접적으로 여신심사 등을 통해 검증한 바 없는 임대인에게 LTV, DSR 등 규제 적용이 불분명한 대출에 대한 보증과 동일한 기능을 한다"며 "전세보증 비율이 줄어들면 전세보증금 총액에 비해 대출로 조달할 수 있는 규모가 작아질 것이며 이는 다시 100% 보증금만 있는 전세 계약이 전세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대체하는 보증부월세 계약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크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전세대출은 보증회사를 통해 최대 100% 보증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90%, 주택도시보증기금(HUG)과 서울보증보험(SGI)은 각각 100%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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