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빌라값’이 깡통 전세 원인… 전문가들 “시세 정보 투명화해야”
감정평가·전세가 모두 ‘깜깜이’… 일부 전세가율 ‘100%’ 넘어
“전세보증 한도 과도히 높아… 빌라 가격정보 관리해야”
전세사기 피해가 인천과 동탄,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연립·다세대주택, 즉 빌라의 시세 정보를 투명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신축 빌라의 공정가액 설정부터 전셋값까지 기준과 통계가 없어 범죄에 쉽게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역전세난과 부동산 가격 하락, 전세대출 등 복합적인 원인 진단이 나오고 있지만 구조적인 핵심원인을 해결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2~3년 전 부동산 상승기에 빌라는 아파트의 ‘대체제’로 주목받으면서 인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로 눈을 돌린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서울의 전체 주택매매 건수 중 빌라 매매비중은 64.6%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당시 넉 달 연속 60%를 웃돌았다. 최근 ‘빌라왕’ 사건 이후 수치가 급락했지만, 부동산 침체가 본격화되기 직전까지 빌라의 인기는 상당했던 셈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핵심은 주택가격이 하향 조정되면서 버블이 끼었던 다세대 시장의 가격 하락이 나타나면서 전세적으로 역전세, 깡통전세가 속출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빌라에 거주하는 비중이 상당한 데 비해 빌라의 시세 공개는 상당히 미흡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신축빌라의 경우 감정평가 기준조차 투명하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시 감정평가서의 가격을 시세로 인정하는데, 시세 확인이 어려운 신축빌라는 감정평가서상 가격을 높게 책정,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이 되어서야 신축빌라 등의 감정평가에서 비교 사례 선정 등 세부사항을 감정평가서에 필수 기재하도록 관련 규정을 변경했다.
그동안 빌라의 전세가율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일부 지역에서는 매매가격의 100%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임대차 사이렌’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국 시·군·구에서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이 80%를 넘는 곳은 총 25곳으로 집계됐다. 전세가율 80%는 깡통전세로 판단하는 기준치이기도 하다. 3월 기준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대전시 대덕구로 전세가율이 131.8%에 달했다. 대전시 전체 연립·다세대 평균 전세가율은 100.7%, 경기도 평택시의 경우 100.4%를 기록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신축빌라를 중심으로 공정가액, 감정평가액의 조정이 용이해 전세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게 돼 있었다”면서 “전세보증금이 얼마나 공정한지 투명화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가격은 수요자들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이 경우가 불투명하다는 건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근본적인 해법으로는 연립·다세대주택의 실거래가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더군다나 악성임대인에 대한 정보제공은 물론, 임대인 변경시 세입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보증보험을 악용한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오는 5월부터 전세보증 한도가 공시가격의 1.5배에서 1.4배로 축소되지만 이 기준도 상당히 높다는 문제의식도 제기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아파트는 가구수가 많고 거래가 빈번하다보니 해당 단지 혹은 주변 단지 거래만 보고도 대략 ‘시세’라는 게 형성이 된다”면서 “그렇지 않은 빌라의 경우 정보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합수 교수는 “전세보증보험 제도에서 너무 고가의 기준치를 정해둔 것도 전세사기가 가능했던 배경 중 하나”라면서 “빌라의 실거래 가격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이같은 미비점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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