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맥도날드, 동원과 매각 협상 중 증자… 매각 불발되나

양범수 기자 2023. 4. 2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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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레스토랑 건설 및 사업 운영 자금”
투자업계, 매각 협상 불투명 관측… “재무건전성 개선 목적”
매일유업과 인수 논의하던 2016년에도 증자 후 매각 불발
맥도날드, 부채비율 600%에 자본잠식률도 높아져

한국맥도날드가 동원그룹과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2016년 매일유업 컨소시엄과의 매각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한국맥도날드는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늘렸고, 한 달 후 매각가에 대한 입장 차이를 조율하지 못하고 계약은 불발된 바 있다.

투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증자를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번 증자를 한국맥도날드가 재무 건전성을 높여 매각가를 부풀리기 위한 작업으로 해석한다. 이번 증자로 인해 동원산업의 한국맥도날드 인수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21일 서울 강남의 한 맥도날드 매장의 모습. /양범수 기자

2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14일 자본금을 2억1338만원가량 늘렸다. 유한회사인 한국맥도날드의 출자 1좌당 액면가는 1만원이므로, 약 2만1338좌가 늘어난 것이다. 이번 증자로 맥도날드의 자본금은 701억2850만원이 됐다.

1986년 한국에 진출한 한국맥도날드의 증자는 앞서 CJ그룹, 매일유업 등과 매각 협상을 진행하던 시기였던 2016년 9월과 같은 해 10월 두 차례 있었다. 이후 계약이 불발됐고, 7년 만에 동원산업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고, 오는 2030년까지 500호 매장 개점을 목표로 매장 수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고객 접점 확대와 편의성을 강화하기 위한 적극적 투자의 성격”이라고 했다.

출자자나 확보한 자본금 규모 등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증자와 관련해서 확인해 드릴 수 있는 사항이 없다”라고만 답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유상증자를 ‘맥도날드가 매각 협상에서 몸값을 높이려는 작업’으로 해석한다. 한국맥도날드가 동원산업에 높은 매각가를 부르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절차라는 설명이다. 맥도날드는 5000억원 수준의 매각가를 희망하고 있고, 동원그룹은 1000억원 중후반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유한회사로, 맥도날드 싱가포르가 100% 출자했다. 유한회사가 증자하려면 출자자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데, 맥도날드 싱가포르가 단독 출자자이기 때문에 이론상 자유롭게 한국맥도날드의 증자 조건을 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맥도날드가 이번 증자를 하면서 할증 발행(1좌당 액면 금액보다 높은 금액으로 증자)을 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할증 발행으로 출자 좌수를 늘려, 희망 매각가를 동원산업에 관철할 근거로 내세울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식품업계 투자전문가는 “매각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증자하는 건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맥도날드가 몸값을 높이기 위해 하는 작업이라면 납득이 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증자에서 할증 발행을 했다면 1좌당 1만원 이상으로 출자금을 정했을 것이고, 해당 비중을 근거로 자신들의 희망 매각가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해당 증자 내용은 매각 계약이 성사된 이후 국세청이나 금융감독원 등 사정기관에서 매각 가격이 합당했는지 판단하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며 “매각 협상 참여자 입장에선 증자 내용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맥도날드가 할증 발행으로 1좌당 7만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면, 출자좌 수 701만2850좌를 기준으로 매각 희망가인 5000억원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증자로 인해 동원산업의 한국맥도날드 인수 계약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해석이 나온다.

회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맥도날드는 2016년 9·10월 증자를 했을 때도 할증 발행을 통해 자본잉여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는 사모투자회사 칼라일그룹·매일유업의 컨소시엄과 CJ그룹, KG그룹, NHN엔터테인먼트 등이 한국맥도날드 인수전을 벌이던 시기다.

공교롭게도 2016년 10월 CJ그룹과 KG그룹, NHN엔터테인먼트 등이 가격 등의 이견을 맞추지 못해 인수 중단을 선언했고, 매일유업과 칼라일 그룹의 컨소시엄도 같은 이유로 인수를 포기했다. 당시 한국맥도날드의 매각 희망가는 6000억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투자 전문가는 “통상 매각 협상 과정에서 증자를 진행하는 것은 협상 과정이 불투명할 경우 내부 유보금 확보 명목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주주가 자기 돈을 들여서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제고하고 가치를 높여 다시 원매자를 마련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어떤 목적이든 자기 돈을 들여 몸값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 공인회계사는 “매각 협상에서 사용하려는 목적도 있을 수 있지만, 악화하는 재무 건전성을 살리기 위함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수년간의 영업손실로 자본금이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현금은 12억원뿐인데 단기차입금은 3000억원이나 된다. 유동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매각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됐다면 굳이 증자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면서 “매각 타진이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을 것”고 말했다.

지난 2019년 1778억원이던 한국맥도날드 자본총계는 2021년 783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누적 손실은 1820억원이었다. 지난해 함께 매물로 나왔던 버거킹과 비교해도 재무 건전성이 좋지 않다.

한국맥도날드의 부채비율은 2019년 241.2%에서 2021년 631.1%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자본잠식률도 -154.3%에서 -12.0%로 늘어났다. 버거킹을 운영하는 비케이알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222.2%이며 자본잠식률은 -6033%다.

한편, 한국맥도날드 매각 협상은 지난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동원산업 한 고위 관계자는 “맥도날드 매각 협상은 지주사에서 전담하고 있어 상세히 알려진 내용은 없지만 양측의 요구 사항이 맞지 않아 협상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여러 옵션을 고려하고 있고 변동된 사항은 없다”고 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맥도날드의 증자는 동원그룹과는 관련이 없는 사항”이라면서 “인수를 검토 중이나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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