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K]③“다시 시작한 달 탐사 시대...더 많은 기회가 K로버에 열렸다”

송복규 기자 2023. 4.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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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석 무인탐사연구소 대표 인터뷰
“우주선 발사 더 많아질 것… 우주 로버 개발 미리 준비해야”
“한국 우주산업 키우기 위해선 대기업도 투자해야”
이달 5일 오전 조남석 무인탐사연구소 대표가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이태경 기자

지난 20일 현대자동차가 달 탐사 전용로버(로봇 탐사차량)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가 물 밑에서 진행하던 우주 사업 구상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국내에는 이미 달 탐사 로버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1995년생의 아직 앳돼 보이는 조남석 대표가 세운 ‘무인탐사연구소’가 그 주인공이다. 2016년에 설립해 업력만 벌써 8년차가 되는 우주 스타트업이다.

무인탐사연구소는 우주 로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첫 발걸음으로 한국 최초의 달 탐사 로버 개발을 선택했다. 돌기(스파이크)가 달린 바퀴를 주요 콘셉트로, 폭 30㎝ 정도의 작은 로버와 4륜·2륜 같은 다양한 형태의 로버를 개발 중이다. 달 착륙선의 중량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형 로버는 크기가 작아야 한다는 걸 감안한 것이다.

조 대표가 목표로 잡고 있는 시점은 2032년이다. 윤석열 정부가 ‘우주경제’ 시대를 선언하며 2032년까지 달 착륙선을 성공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무인탐사연구소의 로버를 2032년에 달로 보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성동구 무인탐연구소 사무실에서 조 대표를 만나 한국형 로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벌써 창업한 지 8년이 지났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2016년 부산대 앞에서 무인탐사연구소 간판을 걸고 창업했다. 처음엔 동아리처럼 시작됐는데, 로봇을 우주로 보내보자는 개인적인 꿈을 실현하고 싶었다. 공부와 경영을 병행하면서 기술적인 노하우와 경험을 쌓는 데 집중했다. 이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스타트업 프로그램으로 창업을 지원해줬다.”

-로봇이 아니고 ‘로버’다. 로버는 무엇인가.

“로봇이 가장 큰 범주고, 드론도 로봇의 일종이다. 우주 배경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로봇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만, 로버는 우주 경쟁 시대에서 상징적인 단어다. 일반 지구상에 있는 로봇을 더 상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로버라는 단어들을 쓰기 시작한 거다. 탐험, 탐사의 상징적인 의미 부여를 하기 위해서 로버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고, 드론도 ‘무인 헬리콥터’라는 단어가 있지만, 신기술을 상징화하기 위해 드론이라는 단어들을 많이 쓴다. 로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조남석 무인탐사연구소 대표는 "우주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개발한다면 (현대차보다 먼저) 달로 가는 프리패스 티켓을 쥘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태경 기자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용 드론 인저뉴어티 시험 모델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NASA에는 사이언스 그룹과 엔지니어 그룹이 따로 있다. 화성에 드론을 보내기로 결정이 난 이후에 NASA의 사이언스 그룹이 전 세계를 돌며 화성과 비슷한 환경에서 시험을 진행했다. 그때 사이언스 그룹의 연구자 한 명이 시험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지 연락을 했다. 한 번 해보자는 생각에 도전했다. 거의 한 달 만에 시험 모델을 완성했는데,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서 100만원도 안 되는 비용으로 제작했다.”

-지금은 달 탐사용 로버에 집중하고 있다. 로버의 시장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우리 세대에선 달이나 화성에 실제로 기지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본다. 로켓 기술도 중요하지만 달이나 화성의 인프라를 위해선 로버가 정말 중요하다. 달에서 로버를 운영해보지 못한 기업이 화성 개발에 참여할 순 없다. 최대한 빨리 달에 가서 화성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아직은 정부의 우주 개발 사업이 발사체(로켓)에 집중되는 느낌인데.

“로버도 위성처럼 하나의 탑재체다. 그런데 아직은 로버를 부품의 일환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2032년에 달에 가겠다고 하는데 결국 9년 밖에 안 남은 셈이다. 그런데 아직 모터 기술도 없고, 로버 안에 들어갈 기술들이 제대로 개발된 게 많지가 않다. 모터 기술, 베어링, 구동계 등 다양한 부분에서 기술을 새로 개발해야 한다. 달은 낮과 밤의 온도차이가 300도가 넘기 때문에 지구에와는 모든 게 다르다.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한 데, 정부에서 로버에 할당한 예산이 500억원이 안 되는 것으로 들었다. 이 예산으로 수 년에 걸쳐 수십 개 연구기관과 민간 기업이 로버를 개발해야 되는데 그렇게 보면 너무 적은 규모다.”

-현대차와 경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대기업이 무섭지는 않나.

“현대차도 우리와 똑같은 콘셉트다.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해서 얻은 로보틱스 기술을 모빌리티에 결합하려고 하는데, 이 기술이 물론 엄청난 수준이기는 하지만 달 같은 우주 환경에서는 또 다른 문제다. 지구에서 구동하던 모터나 기어가 우주 환경에서 작동하게 하려면 엄청난 기술적 진보가 필요하다. 우주라는 게 현대차 같은 대기업 입장에선 좋은 홍보 수단이지만, 아직 타고 갈 로켓도 없는 상황에서 선뜻 예산을 들여서 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우리가 만들었던 로봇을 기반으로 우주에서 쓸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한다면 우리가 먼저 달에 가는 프리패스 티켓을 쥘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국내 시장만 보는 건가.

“정부 예산이 400억~500억원 수준인데 이걸 9년에 걸쳐서 나눠주는 식이다. 이걸로는 비즈니스를 하기에는 너무 적다고 보고 글로벌 시장에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유럽의 우주 강국인 룩셈부르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일본과도 협업을 고민하고 있다.”

-미국, 중국 같은 우주 선도국에 비해 우리는 기술력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굳이 우주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도 있다.

“보잉이 여객기를 처음 만들 때 일반인들이 타고 다닐 비행기를 생각하고 만든 게 아니다. 여객기로 생각해서 수요 조사해서 만든 게 아니라 다른 용도로 개발하다가 기술력을 활용해 여객기로 발전한 것이다. 우주 산업도 마찬가지다. 국가 차원에서 강력한 지원으로 기술력을 키우면 그 뒤에는 시장의 흐름이나 요구에 따라 어떻게든 활용할 방법을 찾게 되는 것이다. 우리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기술인 글로벌위치확인시스템(GPS) 같은 기술도 다 이렇게 나온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꿈과 도전의 뉴스페이스 시대, 우주경제 개척자와의 대화'에 앞서 무인탐사연구소가 만든 달탐사 로버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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