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없고 비행기도 없는데, 공항 맞나요
16년 누적 이용객 335만여명
규모 비슷한 청주 1년치 수준
정기 국제노선은 1편도 없어
무안 “군공항 동시 이전 반대”
‘광주 통합’ 추진 번번이 무산
전남 무안군에 있는 무안국제공항의 16년 동안 전체 누적 이용객이 지난해 청주국제공항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안공항을 활성화하려면 인근 광주공항과의 통합이 필수지만 군공항 이전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20일 찾은 무안군 망운면 무안공항의 여객청사에서 여행용 가방을 끌고 다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2층 탑승수속장에서도 항공사 직원과 여행객들이 보이지 않았다. 입점 은행은 셔터가 내려졌고 식당은 문을 닫았다. 넓은 청사에는 편의점 1곳만 불이 켜져 있었고, 관계자 한두 명이 가끔 오갔다. 2007년 개항해 17년째 운영되고 있는 호남권 유일한 국제공항의 모습이다.
무안공항은 개항 당시 자동차로 30여분 떨어진 광주공항과의 통합을 전제로 했지만 번번이 무산되면서 노선이 끊기다시피 했다. 현재 정기 국제선은 단 1편도 없고, 50인승 소형 여객기가 1주일에 2회 김포와 제주를 오가는 게 유일한 정기 노선이다.
무안공항이 가장 많은 이용객을 기록한 것은 2019년 89만5000명이었다. 당시 해외여행 붐을 타고 중국·일본·대만·필리핀·말레이시아 등 24개국 45개 노선이 운항했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 이후 이용객이 급감해 지난해에는 4만6000명에 그쳤다.
개항 이후 지난해까지 16년 동안 무안공항 총이용객은 335만1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규모가 비슷한 다른 지방공항의 ‘1년 이용객’ 수준이다. 청주공항의 지난해 이용객은 317만4000여명, 대구공항은 225만5800여명을 기록했다.
청주(대전, 충남·북)와 대구공항(대구·경북)은 2개 이상의 광역자치단체를 기반으로 운영돼 일정 수준의 항공수요가 있다. 하지만 광주·전남은 광주와 무안공항이 각각 운영되고 있다. 국내선만 있는 광주공항 이용객이 지난해 206만8000여명인 점을 고려할 때 무안공항도 광주공항과 통합되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연간 이용객 200만명이 넘으면 국제선과 국내선 등이 연계되면서 항공노선이 다양화된다”고 말했다.
무안공항 활성화를 위한 정부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2025년 개통하는 호남고속철도 2단계는 무안공항을 거친다. 2800m인 활주로는 미국이나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기가 뜨고 내릴 수 있도록 3160m로 연장된다.
그러나 광주공항의 무안 이전은 ‘군공항’ 이전과 맞물려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2018년 광주 군공항 이전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무안군은 ‘군공항대응팀’까지 만들어 반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광주와 대구 군공항 이전을 정부가 일부 지원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안이 통과됐지만 무안군 입장은 변함이 없다.
무안군 관계자는 “공항 주변에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있는데 소음이 심한 군공항이 들어오면 지역 발전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무안군의 대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망운면에 사는 50대 A씨는 “텅 빈 공항이 있는데 전남에 군공항을 또 짓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군공항 반대’는 전체 주민의 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남도는 2029년 개항 목표인 ‘새만금 국제공항’ 완공 전까지 무안공항이 활성화되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무안을 호남 대표 공항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선 광주의 민간공항과 군공항을 함께 이전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면서 “정치 논리가 아닌 광주·전남의 미래만 보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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