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된 국내 1호 에르메스 매장 확 바뀐다...이부진, ‘상위 1%’ 공략 고삐

김은영 기자 2023. 4.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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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에르메스 서울 신라호텔점, 연말 복층 매장으로 개편
지하 1층 아케이드까지 매장 확대... VVIP 집객 효과 클 것

프랑스 명품 에르메스의 국내 1호점인 서울 신라호텔 점이 복층(듀플렉스) 구조로 매장을 확장 개편한다. 이 매장은 1991년 국내에 처음 문을 열어 올해 32년을 맞았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에르메스는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1층에 있는 매장을 지하 1층까지 연결해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새로운 매장은 이르면 올해 연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에르메스가 복층 형태의 매장을 여는 건 2019년 12월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 신라호텔 에르메스 매장. /김은영 기자

에르메스 서울 신라호텔 매장 직원은 “현재 리뉴얼(재단장) 공사를 진행 중이며 연말쯤 복층 매장을 개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사 기간 기존 매장은 정상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해당 매장이 새로 단장하면 신라호텔의 최우수 고객(VVIP) 집객 효과가 커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명품 중에서도 최상위 브랜드로 꼽히는 에르메스 매장이 두 배 이상 커지면, 그만큼 상품 경쟁력이 향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의 경우 에르메스 복층 매장을 선보인 후 1년여 만인 2021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업계에선 이번 에르메스 매장 확장에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명품 리더십이 바탕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브랜드 희소성을 지키기 위해 지역별로 매장 총량제를 운용 중인 에르메스가 국내에 운영하는 11개 매장 중(면세점 제외) 호텔 매장은 신라호텔이 유일한데, 여기에 확장 개편까지 끌어낸 건 이 사장이 직접 에르메스와 협상에 나섰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에르메스는 2019년까지 신라호텔에서만 연 1회 우수고객(VIP)을 대상으로 한 세일 행사를 진행하는 등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래픽=정서희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복층 매장의 경우 매장 내부로 연결 통로를 만들어야 하는 만큼 큰 공사가 필요해 오너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에르메스는 없어서 못 파는 명품이다. 매장이 넓어지면 그만큼 품목 수(SKU)가 늘어나기 때문에 명품을 주로 구매하는 최상위 고객 유치가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서울 신라호텔에 국내엔 희소한 명품 브랜드를 유치해 고급스러운 호텔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2001년 호텔신라 기획부 부장으로 입사한 이 사장은 2004년 경영전략담당 상무보로 승진한 해 지하 아케이드에 있던 에르메스 매장을 현재의 1층 자리로 이전했다.

이후 2007년 세계 3대 명품 수트로 불리는 이탈리아 브랜드 키톤, 2016년 초고가 주얼리 그라프(GRAFF), 2018년 영국 주얼리 스티븐웹스터의 국내 1호점을 내는 등 초고가 브랜드 유치를 적극 추진했다.

2021년부터는 제주 신라호텔에 샤넬 팝업(임시) 부티크를 세 차례 운영하며 ‘호텔 오픈런(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개장 전 줄을 서는 현상)’을 끌어내기도 했다. 덕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제주 신라호텔은 높은 객실 예약률을 유지했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호텔 매장은 백화점처럼 입점 고객이 많지는 않지만, 상위 1~3% 내의 최상위 고객이 많아 명품 업체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에르메스 매장이 들어설 서울 신라호텔 지하 1층 아케이드 공사 현장. /김은영 기자

호텔신라는 올해 창업 5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매출은 4조922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늘었고, 영업이익은 783억원으로 34%가 감소했다. 면세(TR)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이 98%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호텔레저부문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호텔레저부문의 매출은 전년 대비 36%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이와 관련 이 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기본으로 돌아가 사업 모델을 재구축하고 신사업 발굴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힘쓸 것”이라며 “호텔레저부문은 수익성 높은 해외 호텔 위탁운영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호텔신라는 위탁 운영 방식으로 운영하는 ‘모노그램’ 브랜드를 다낭을 필두로 향후 미국, 인도네시아, 중국 등 해외 10여 곳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증권가에선 마스크 해제와 함께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호텔 및 면세점 이용 고객이 늘면서 올해 호텔신라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또 오는 7월 신라면세점의 인천국제공항 입점이 확실시되는 것도 장기적으로 회사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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