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튼 출신이 이끄는 애경케미칼… 그룹 맏형 노릇은 ‘과제’
항공·유통 부진 속 외형 성장
신사업 추진 등 경영 부담↑
애경그룹에서 화학 사업을 담당하는 애경케미칼 입지가 커지면서, 회사를 이끄는 표경원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력 사업이던 항공, 유통 계열사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애경케미칼의 화학 사업은 안정적인 수익성을 바탕으로 꾸준히 몸집을 키웠다. 최근 배터리 등 신사업 추진 소식까지 전해지며 그룹 안팎에서 애경케미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애경케미칼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2조1764억원으로 전년(1조5700억원)대비 6064억원(38.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50억원으로 932억원보다 약 2% 증가했다. 지난해 석유화학 산업 업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했지만,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원가 경쟁력 강화 등 리스크(위험 요인) 관리에 힘을 쏟은 것이 수익을 끌어올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애경그룹 내에서 몸집이 가장 큰 계열사는 제주항공이지만, 매출액은 애경케미칼이 가장 크다. 영업이익을 두고 봐도 제주항공은 적자지만 애경케미칼은 900억원대 흑자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항공 자산총액은 1조6609억원이고, 다음이 애경케미칼(1조630억원), 백화점업을 하는 에이케이에스앤디(4926억원), 제조·도소매업을 하는 애경산업(4773억원) 등이다.
회사 안팎에선 그룹 내에서 형님 노릇을 하게 되면서 애경케미칼을 이끄는 표 대표 역할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표 대표가 애경그룹에 합류한 건 2018년으로 그 전까지는 효성그룹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애경그룹에서는 애경화학 대표를 맡다가 2021년 애경유화, 애경케이켐텍, 애경화학 3사 통합법인으로 출범한 애경케미칼 대표로 선임됐다.
표 대표에 대한 내부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효성그룹에 입사하기 전 표 대표는 미국 명문 MBA로 손 꼽히는 펜실베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을 거쳐,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에서 근무했다. 사업 추진력이 강하고 적극적인 소통을 지향하는 탓에 일부 직원들이 부담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의 차별화된 경영 및 업무 방식이 회사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공감하는 분위기다.
일반적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표 대표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임직원 회의다. 그는 회의에서 직원들의 보고를 일방적으로 듣기보다 질문하고 토론하면서 진행하는 걸 선호한다고 한다. 특정 사안에 대해 직원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는데, 최종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대표가 즉각적인 피드백과 아이디어를 제시해주기 때문에 업무 효율과 결과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으로 전해졌다.
회사의 외형 성장에 발 맞춘 신규 사업 추진 의지도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경기 침체, 공급망 불안 등 대외 변수가 많은 화학 사업 특성상 신사업으로 수익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표 대표 취임 이후 애경케미칼은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 연구개발(R&D)을 통해 친환경 원료를 이용한 제품이나 고기능성 플라스틱 원료 등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애경케미칼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 진출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재차 주목을 받기도 했다. 회사는 리튬이차전지에 들어가는 필수 소재 중 하나인 바인더와 관련된 특허권을 지난 2021년 취득한 뒤 상용화를 준비해왔다. 현재 기술 개발은 끝났고, 배터리 제조사들과 함께 실증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배터리 사업의 경우 양산이 되더라도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됐다. 애경케미칼 외에도 여러 화학업체들이 배터리 소재 사업에 뛰어드는 추세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곳도 많다.
애경케미칼 관계자는 “표 대표는 지속가능한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며 “장기적인 호흡으로 사업 구조를 바꿔나간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신사업과 더불어 탄소배출량 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을 비롯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힘써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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