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저임금 논의, 매년 반복되는 파행 끊어야

이한듬 기자 2023. 4.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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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8일 열린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첫 전원회의가 파행으로 끝났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들이 회의장 안으로 들어와 내년 최저임금의 대대적인 인상과 함께 공익위원 간사인 권수원 숙명여대 교수의 사퇴를 촉구하자 공익위원들이 회의에 불참으로 응수했다.

공익위원들의 행동에 뿔난 근로자위원들은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을 비난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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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8일 열린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첫 전원회의가 파행으로 끝났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들이 회의장 안으로 들어와 내년 최저임금의 대대적인 인상과 함께 공익위원 간사인 권수원 숙명여대 교수의 사퇴를 촉구하자 공익위원들이 회의에 불참으로 응수했다.

공익위원들의 행동에 뿔난 근로자위원들은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을 비난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경영계는 별다른 발언도 꺼내지 못한 채 사태를 관망해야 했다. 이날 회의는 대화 테이블에 내년도 최저임금 안건을 올리기는커녕 개회사의 운도 떼지 못한 채 그대로 종료됐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주체인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이 보여야 할 책임감과는 거리가 먼 모습에 비판이 잇따른다. 공익위원들은 최임위 소속이 아닌 노동계가 회의장에서 시위를 벌인 것을 문제 삼는 반면 노동계는 공익위원들의 무책임함에 화살을 돌리며 '네 탓' 공방에 골몰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 논의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사용자들의 지불 부담을 최대한 덜어내는 동시에 근로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 노동계를 대표하는 노동자위원, 이 둘의 이견을 조율해야 할 공익위원들이 서로의 자존심만을 내세워 반목하고 상대를 책잡아 손가락질할 때가 아니다.

남은 회의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올해 협상은 기한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노동부 장관은 매년 3월31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 다음 연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이후 최임위가 90일 내 결론을 도출하면 노동부 장관은 8월5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종적으로 고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를 고려하면 최임위에 주어진 실질적인 협의 시간은 6월말까지다. 앞으로 2개월 남짓한 시간밖에 없다.

최임위의 전원회의 파행은 매년 반복되는 고질적인 문제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매해 심의마다 의견 대립과 다툼이 벌어졌고, 기한 내에 심의를 마친 전례가 총 8번에 불과할 정도로 악순환을 반복해왔다. 위원들이 분을 못 이기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며 장외 투쟁을 벌인 일도 비일비재했다.

올해도 2차 전원회의에서부터 가까스로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또 다시 파행을 빚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노동계가 올해보다 24.7% 인상된 시급 1만2000원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경영계는 동결이나 이에 준하는 수준의 1~2%대 인상률을 고집해 치열한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27명으로 구성된다. 이 27명은 각 계를 대표해 사용자와 근로자, 나아가 한국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중대사를 결정해야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최임위 소속 위원들이 이 같은 책임감을 되새기면서 올해는 파행의 고리를 끊고 진중한 협상에 임하길 바란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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