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재들이 연봉 다음으로 중요하게 보는 이것

2023. 4.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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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확보 전쟁서 승리하는 방법, 유연근무

[서평]



그들은 왜 사무실을 없앴을까
브라이언 엘리엇 외 지음 | 박소현 역 | 한국경제신문 | 1만9000원


근무 제도는 이제 인재들이 ‘연봉 다음으로 중요하게 보는 조건’이 됐다. 2022년 5월 전면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주1회 이상 사무실에 출근하게 한 애플에 반발해 구글로 옮겨 간 개발자 이언 굿펠로가 대표적인 사례다. 머신러닝 전문가로 유명한 그를 구글에서 힘들게 ‘모셔온’ 애플이 근무 제도 때문에 다시 빼앗긴 것이다. 연봉에 큰 차이가 없다면 유연한 업무 환경에서 근무하며 ‘워라밸’을 지키는 삶을 선택하는 게 요즘 인재들이다.
  
‘엔데믹(주기적 유행)’에 들어섰는데도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표적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근무’ 제도를 유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애플과 메타 등도 재택근무를 철회하고 직원들에게 사무실로 나올 것을 요구했지만 이 역시 1주일에 3일로 전면 출근은 아니다. 인재를 확보하는 동시에 이탈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서의 유연근무(flexible work : 근무 공간뿐만 아니라 근무 시간에도 완전한 유연성을 부여하는 근무 형태)’ 제도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미 세상은 변했다. 
  
‘그들은 왜 사무실을 없앴을까’는 슬랙(Slack)·IBM·리바이스·보스턴컨설팅그룹·델 등 다양한 기업이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을 계기로 유연 근무제를 기업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분투한 과정을 담고 있다. 기업용 디지털 협업 툴로 유명한 슬랙은 개발하는 제품 특성상 원래부터 업무 환경과 일의 개념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주목해 온 기업이다. 그러다가 팬데믹으로 인해 유연근무의 효용을 전사적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슬랙은 본격적으로 이 방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컨소시엄 퓨처포럼을 설립해 미래의 업무 방식과 환경에 대해 여러 회사들과 실험을 실행했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고 세 명의 공저자는 퓨처포럼의 임원진이자 슬랙에서 리더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유연근무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팬데믹 기간 동안 대부분의 기업은 재택근무를 경험했다.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도 생산성을 유지했고 직원들의 만족도 역시 높았지만 많은 회사가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갔다. 왜일까.

저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기업과 조직의 특성에 맞는 ‘진정으로 유연한’ 근무 제도를 설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연근무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해서 모든 회사가 재택근무를 해야 할까. 현장에서 작업해야만 하는 분야도 있다. 팬데믹 기간에 도입한 재택근무가 모두 유연근무였을까.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카메라를 켜놓고 일하라고 지시했다면 사무실에 출근해 일하는 것보다 더 엄격한 감시를 받은 셈이다. 
  
유연근무는 직원들에게 더 많은 자유와 재량을 주고 각자 가장 잘 맞는 방식으로 일하게 해 최선의 성과를 거두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자유와 재량을 주지 못했거나 결과적으로 성과를 낼 수 없었다면 유연근무가 아니다.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하는 장소=사무실’, ‘일하는 시간=9시 출근 5시 퇴근’이라는 낡은 개념에서 탈피해 최적의 근무 장소와 시간을 설계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유연근무다.
  
따라서 유연근무를 제대로 설계하려면 조직의 목표에 맞는 근무 형태를 찾아 적용해 보고 수정해야 한다. 퓨처포럼에 참여한 기업들 역시 적절한 근무 형태를 찾아가는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예를 들어 팀원들이 매일 서로 연락하고 협력해야만 하는 드롭박스는 근무 시간을 바꿨다. 자기들만의 ‘협업 시간’과 ‘개인별 집중 근무 시간’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직원들이 전 세계에 퍼져 있었기 때문에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 그 시간도 각기 다르게 설정했다. 미국에 사는 직원들과 아시아에 사는 직원들의 협업 시간을 각기 다르게 설정하게 하고 개인별 집중 근무 시간은 팀별로 알아서 정하게 했다. 

이 밖에 IBM·리바이스·아틀라시안(Atlassian)·델테크놀로지스·제넨테크(Genentech)·세일즈포스(Salesforce)·보스턴컨설팅그룹 모두 수십 번의 수정을 거쳐 자기 조직에 맞는 유연근무 제도를 만들어 갔다. 진정한 유연근무의 모습은 그것을 실시하는 회사의 수만큼 다채롭다.

김정희 한경BP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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