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나에게 찬스가 오길" 롯데 2군 폭격기는 만루를 기다렸다

윤욱재 기자 2023. 4. 2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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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2년차 유망주 윤동희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창원, 윤욱재 기자] "뭔가 나에게 찬스가 올 것 같더라"

2군에서 1군으로 올라오자마자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방망이로 적시타를 때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빛난 밀어내기 볼넷이었다.

롯데와 NC의 경기가 열렸던 23일 창원NC파크. 롯데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2년차 외야수 윤동희(20)를 1군으로 콜업했다.

윤동희는 퓨처스리그에서 '2군 폭격기'와 같은 활약을 선보이면서 1군의 부름을 받을 수 있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2군에서 타율 .436, 출루율 .521, 장타율 .615에 1홈런 11타점을 폭발한 윤동희를 1군으로 콜업하면서 "굉장히 기대가 크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2군에 내려가서 라이언 롱 타격코치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조정을 거치며 2군에서도 정말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줬다"라며 "일단 벤치에서 시작하겠지만 가끔은 상황에 따라서 선발 출전 기회도 주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튼 감독의 말대로 이날 경기는 벤치에서 출발했다. 기회는 찾아왔다. 8회초 김민석 대신 타석에 들어선 것이다. 결과는 우전 안타. 올 시즌 1군 첫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하면서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롯데는 0-3으로 뒤진 상황에서 9회초 공격을 맞았고 노진혁의 밀어내기 볼넷에 이어 전준우의 유격수 방면 내야 안타 때 유격수 김주원의 1루 송구 실책까지 나오면서 주자 2명이 득점, 3-3 동점을 이루며 기사회생했다. 여기에 정훈이 자동 고의 4구로 출루하면서 다시 만루 찬스가 찾아왔다. NC는 경험이 많은 정훈보다 이제 막 1군에 올라온 윤동희와 승부가 낫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윤동희는 이용찬이 줄곧 포크볼로 승부를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다. 그리고 마침내 7구째 들어온 직구를 치지 않고 기다리면서 밀어내기 볼넷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었다. 롯데가 4-3으로 역전하는 순간. 롯데는 황성빈의 중전 적시타로 1점을 더해 9회에만 5득점을 올렸고 5-3 승리를 거두면서 주말 3연전 스윕과 4연승의 기쁨을 가져갈 수 있었다.

타석에 들어선 윤동희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뭔가 나에게 찬스가 올 것 같더라. '제발 나에게 찬스가 와라'는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진짜 기회가 왔다"는 윤동희는 "좋은 기회가 왔지만 잘 하려고 욕심을 부리면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 후회 없이 하자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찬스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과욕을 부리지도 않은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1군에 진입한 그는 긴장감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래도 작년에 잠깐이라도 1군에서 뛰었던 것이 도움이 됐는지 긴장도 덜하고 여유가 있었다"는 윤동희는 "시범경기와 퓨처스리그 경기를 치르면서 부족한 부분을 잘 연습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라고 말했다.

사실 윤동희는 스프링캠프부터 호평을 받았지만 황성빈, 안권수, 김민석 등 외야 경쟁에서 치고 나가는 선수들이 있어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개막 엔트리에 진입하지 못한 아쉬움도 컸을 법하다. 그러나 윤동희는 "아쉽다기보다는 그냥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다. 시범경기에서도 1군의 뛰어난 선수들과 상대를 했고 멀리 봤을 때 나에게 도움이 되는 시범경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1군에 올라오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궁금했다.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나만의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공이 워낙 빠르고 변화도 빠르다 보니까 나만의 확실한 스트라이크존이 없으면 멘탈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2군에 가서도 나만의 스트라이크존을 확실하게 설정하려고 많이 노력했다"는 것이 윤동희의 말이다.

지금 롯데는 외야진이 풍부하지만 대부분 좌타자들로 구성돼 있어 우타 외야수는 분명 희소성이 있는 존재라 할 수 있다. 윤동희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윤동희는 "흔히 말하는 파이브툴을 모두 잘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또 팀에 우타 외야수가 흔치 않아서 내가 그 자리를 메운다면 나에게도 좋고 팀에게도 좋은 일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미 지난 해에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10 6홈런 42타점 19도루를 기록하면서 팀내 최고 타율을 기록했던 윤동희는 올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다시 1군 무대에 진입할 수 있었다. 1군에 올라오자마자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윤동희가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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