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용 대표 “빛 없이 사는 10억 인구에 빛을 공급합니다”
전기 없는 페루 고지대에 태양광 전구 달아주기 운동 펼쳐
회사가 어렵던 시절 회사 가치 부여 위해 프로젝트 시작
윤지용 대표 “우리조명 100주년 때 전세계 100% 빛 보급되길”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태양광 패널 설치를 하려면 1m 이상 땅을 파야 하는데 고산지대이다 보니 몇 번의 삽질만으로도 숨이 차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최근 페루의 고산지대 쿠스코주의 잉카찬카 마을(해발 4780m)을 다녀온 윤지용 우리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은 소감을 이처럼 전했다. 광원전문 생산기업으로 대표되는 우리그룹은 지구 반대편인 페루 고산지대와 같은 오지에서 수년간 태양광 패널 및 조명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그룹 임직원들에게는 매년 페루를 방문해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마을에 전기시설 및 조명을 설치하는 봉사활동 ‘샤인 프로젝트’가 인기다. 심지어 한 번 모집할 때마다 수백명이 지원한다고 회사 관계자는 귀띔했다.
2018년부터 시작한 샤인 프로젝트는 어느덧 우리그룹에 가장 유명한 행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빛이 없는 지역에 조명을 설치하는 작업이지만 대부분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곳이다 보니 발전에 필요한 태양광 패널 설치부터 해야 한다.
가장 최근인 9번째 잉카찬카 마을은 4780m 높이에 위치해 5분만 걸어도 숨이 헐떡거려 휴식이 필요했다. 모든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윤 사장에게도 가장 높은 지대였다. 그가 몇 번의 삽질에도 나가 떨어졌던 이유다.
화장실도 마땅치 않고 물을 구하기도 어렵다. 30대 여성으로 이런 어려움을 무릅쓰고 가장 최근 페루 봉사활동을 다녀온 박휘진 대리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여서 작업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면서도 “하나하나 배워가며 작업에 보탬이 되고 나중에 불이 들어오는 걸 보니 뿌듯했다”고 전했다.
샤인 프로젝트를 기획한 시점은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 사장은 “발광다이오드(LED)가 각광을 받으면서 처음에는 사업이 괜찮았다. 당시 미국에서 품질 이슈로 리콜 명령이 있어 20~30명 가량 직원들과 체류하며 이를 해결하느라 고생했다”며 “수출을 그만두기로 하면서 회사가 좀 힘들었던 시기”라고 돌아봤다.
책임감으로 사후조치(AS)에 나섰지만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다. 이 때 윤 사장은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빛의 중요성을 검색하다가 지구 인구의 10억명이 조명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우리에게는 너무 흔한 조명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우리의 사업과 연결하고 싶었다”며 “사업적 관점보다는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을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고 회상했다. 회사의 힘든 점을 돈보다는 사람으로 해결하자는 생각에서 부친인 윤철주 회장에게 제안했고 윤 회장도 이 아이디어를 높이 샀다.
2018년 윤 사장을 포함한 4명이 첫 팀을 이뤄 페루로 향했다. 비행만 스무 시간이 넘게 걸렸고 비포장도로를 버스로, 차로 이동했다. 추웠다. 막연히 남미라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기온을 챙기지 못했다. 고수를 잔뜩 넣은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았고 고산병은 상존하는 위협이었다.
이대훈 개발팀 책임연구원은 당시 “2주일의 기간 중 8일은 현지 적응에 애를 먹었다”면서도 “빛이 없다는 경험을 직접 하다보니 빛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작은 조명을 보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좋아하는 모습에서 말로 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처음만 하더라도 ‘돈을 들여 왜 그런 활동을 하나’라고 비판적이던 사내 반응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윤 사장의 말처럼 회사가 추구하는 바를 깨달은 직원들이 로열티를 갖게 됐다. 이 연구원도 그런 케이스다.
이 같은 구성원들의 힘을 바탕으로 주춤했던 우리그룹은 조명 및 건강기능식품, 스마트팜, LED 패키지 제조 등 사업부문을 영위하며 15개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집단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1조3795억원 매출(연결기준)을 기록하는 등 1조원 중반대 매출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다녀온 팀원들이 뭉클했던 경험들을 공유하면서 샤인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사내의 시선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조명 사업 부문인 우리엔터프라이즈(037400)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다른 계열사에서 동참하고 싶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양영민 미래전략실 부장은 “이젠 한 번 모집할 때마다 200~300명 가량이 몰린다”고 귀띔했다. 최대 40대 1이 넘는 경쟁률이다. 코로나를 거치면서도 국내 지역인 울릉도라도 찾아 빛을 밝히며 구성원들에게 연속성을 담보한 덕이다.
우리그룹은 LED 패키징 및 LED 광원(BLU) 부문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발판으로 스마트팜 기반 식·의약품 기능성원료 전문기업 우리그린사이언스와 건강기능식품(건기식) 기업 우리바이오를 코로나 기간 동안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다. 스마트팜에서 길러낸 기능성 채소에서 원료를 추출해 건기식 제품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앞으로는 샤인 프로젝트에 건기식 ‘하루틴 비타민’도 기부할 계획이다. ‘빛이 삶’(Light is Life)이란 회사의 모토가 ‘삶의 빛’(Light of Life)으로 넘어서는 순간이다.
윤 사장은 “우리그룹이 100주년을 맞는 2066년도에는 전세계 어디에나 100% 빛이 보급되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라며 “우리그룹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우리도 참여 하자’는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환 (kyh1030@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선처 없다"...'현실판 더글로리' 표예림씨, 극단선택 이유 밝혀
- [르포]'전세사기 피해' 인천 미추홀구 “사람 죽어야 대책 만드나”
- 퇴직연금 백만장자 나오려면[금융시장 돋보기]
- 사진 찍다가…40대 등산객, 설악산서 추락해 숨졌다
- [단독]거래소 조사에…배터리 아저씨 “보복성 의심”
- 증권사 놈들이 사서 추천? 헬스케어 주목 진짜 이유는[돈창]
- 파란 불인데 쌩~…'우회전 일시정지' 첫 주말, 5대중 1대 위반
- "탕, 탕, 탕"...현역 국회의원 권총 총격 사건[그해 오늘]
- "무릎 꿇어"...음주측정 '정상' 나오자 경찰 멱살잡은 공무원, 결국
- “2차전지 나만 못샀나” 20조 빚투…금감원 “과열 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