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압박' 한전은 '읍소'...철강사 전기료 폭탄 초읽기

김도현 기자 2023. 4. 24.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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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용광로)보다 탄소배출이 덜한 친환경 전기로 사용량을 키우는 철강업계가 전방위적인 전기료 상승 압박을 받는다.

2분기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주요 수출국인 미국에서도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보조금과 다름없다고 판단해 추가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원가 부담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전기료 인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확산과 더불어 주요 철강재 수출국인 미국에서 국내 전기요금을 문제 삼기 시작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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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 인천공장의 핵심 설비 '에코아크' 전기로는 연간 120만톤 생산능력을 갖췄다. 폐가스 재활용 기술을 통해 에너지 사용을 기존 전기로보다 30% 줄였다. 이 곳에서 생산된 쇳물은 건설자재 철근으로 제조된다. /사진=동국제강


고로(용광로)보다 탄소배출이 덜한 친환경 전기로 사용량을 키우는 철강업계가 전방위적인 전기료 상승 압박을 받는다. 2분기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주요 수출국인 미국에서도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보조금과 다름없다고 판단해 추가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원가 부담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지난 1년 새 킬로와트시(㎾h) 당 최대 41.6원 비싸졌다. 철강사는 1㎾h 당 1원 오를 때마다 연간 100억의 원가 부담이 가중된다고 추산한다. 용도·규모에 따라 책정 전기료가 달라지기 때문에 단순 산출은 불가하지만, 주요 철강사마다 수천억원의 추가 지출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전기료 인상은 계속된다. 내달로 미뤄진 2분기 확정 전기요금도 오른다. 이달 결정됐어야 하지만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와 서민들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으로 연기됐다. 얼마나 올릴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을 뿐, 동결·인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앞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2분기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국전력공사는 2분기 확정 요금 결정이 늦어지면서 적자 부담이 커지자 이례적으로 대표이사 명의의 입장문을 냈다. 정승일 한전 대표는 지난 21일 "지난해 32조6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국민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게 20조원 이상의 재정건전화계획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면서 국민에 양해를 부탁했다. 한전은 임직원의 올해 임금 인상분 반납을 검토한다고 전해진다.

주요 철강사 고심도 커진다. 고로보다 30% 미만의 탄소를 배출하는 전기로 비중을 대폭 늘린 상황이어서다. 고로를 보유한 포스코·현대제철은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추진하는 수소환원제철 도입은 아무리 빨라도 2040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주요 철강사는 전기로에 친환경 공법을 더하고 사용 비중을 높여 탄소저감 요구에 대응하려 했다.

철강사는 자동차·조선·건설 등에 필수 기자재를 공급하는 국가 기간산업임에도 상대적으로 요금이 싼 산업용 전기 사용량이 많단 이유로 비판받아왔다. 근래에는 주요 제조업 가운데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업종으로 꼽혀 문제시됐다. 고용 효과가 커 반세기 넘게 지역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음에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철강업계는 전기로 확대와 전기료 인상이란 이해관계가 상충하자, 정부·정치권을 상대로 상황적 특수성을 어필하고 보조금 지원이나 요금 동결·감면과 같은 제도적 뒷받침을 요구해온 것이 사실이다.

철강사의 바람은 이뤄지기 힘들게 됐다. 전기료 인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확산과 더불어 주요 철강재 수출국인 미국에서 국내 전기요금을 문제 삼기 시작해서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현대제철이 수출하는 후판에 1.1%의 상계관세를 물려야 한다는 예비판정을 내렸다. 한국의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이 사실상 보조금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추가 관세가 필요하단 논리를 내세웠다. 3~6개월 사이 나오게 될 최종 판결에서 확정되고 나면, 다른 품목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철강사 관계자는 "지적·요구만 할 게 아니라 기업이 대안을 마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라면서 "제조원가에서 전력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추가 관세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국내 철강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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