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자가용 유류세 깎아주면서 ‘1만원 교통패스’는 퍼주기?
2021년, 하루 평균 818만명의 시민들이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하루 2380원, 이들이 한달 평균 사용한 대중교통 이용 요금은 월 7만1398원(국토교통부 ‘2021년 대중교통 현황조사’ 참고 계산)이었다.
서울환경연합·서울기후위기비상행동 등은 지난해부터 월 1만원에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1만원 교통패스’를 도입하자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대중교통 요금을 대폭 낮춰 국민 부담도 덜고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도록 유도해 심각한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대중교통 적자난은 생각지도 않고 무턱대고 퍼주자는 것이냐’,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다’라는 등의 말들이 나왔다.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면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차량 소유자에게 유류세 인하 등 혜택을 주고 있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지난달 7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1만원교통패스연대’ 소속 활동가들에게 1만원 교통패스의 성공 가능성을 묻자 김영준 기후위기기독인연대 활동가가 이런 답을 돌려줬다.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 유류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형평성 있는 지원 차원에서 접근하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취지다. 그는 “유류세 인하에 쏟아부은 예산을 대중교통에 활용하면 (탄소배출 감축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국내에서는 차가 없는 사람조차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지난해 대박을 터뜨린 ‘9유로(1만2천원) 티켓’도 인플레이션 부담 경감책으로 제시된 유류세 인하와 형평성을 맞추는 차원에서 시행됐다. 베냐민 슈테판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교통·기후변화 캠페이너는 같은 달 <한겨레> 인터뷰에서 “유류세 인하가 탈탄소 정책에 반하고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유류세 인하가 필요하다면 이에 상응하는 대중교통 정책도 필요하다고 보고 협상한 결과가 9유로 티켓”이라고 설명했다.
1만원교통패스연대는 유류세를 활용해 1만원 교통패스에 필요한 재정을 충당하자고 주장한다. 1만원 교통패스를 도입하기 위해선 연 6조원 수준의 예산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걷힌 유류세 가운데 교통·에너지·환경세는 11조1164억원이다. 이 가운데 68%가 도로 건설 등에 쓰이는 교통시설 특별회계로 들어갔다. 이 예산은 해마다 많으면 수조원씩 불용 처리되는데, 이 예산을 대중교통 요금 할인에 쓰자는 것이다. 이민호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의 이름으로 거둔 유류세를 환경오염이나 기후위기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써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1만원교통패스연대 활동가들은 1만원 교통패스 도입 움직임을 “기후위기 시대의 도시 전환 실험”이라고 정의했다. 도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공간을 줄여 사람과 자연을 위한 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란 의미다. 이들은 프랑스 파리의 ‘15분 도시’를 참고할 만한 사례로 꼽았다. 집에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15분 거리 이내에 직장을 비롯한 모든 편의시설이 다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이 구상의 핵심은 ‘자동차를 이용하기 불편한 도시’로 만드는 데 있다. 김영준 활동가는 “교통패스도 결국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인해 이런 도시로 전환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정책은 ‘역주행’하고 있다. 정부는 3년째 이어져온 유류세 인하 조처를 오는 8월까지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운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요금 인상을 저울질하고, 보행자·대중교통 전용 공간인 신촌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을 완전히 해제하는 방안과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 징수제 폐지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상현 서울기후위기비상행동 활동가는 “정부가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교통 정책을 시행하면서 시민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고 말하는 게 설득력이 있겠냐”며 “기후위기 대응을 교통 정책의 주요한 목표로 설정하고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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