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개나리·벚꽃·철쭉을 동시에 만난 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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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바람이 불어올 때쯤 언제 벚꽃놀이를 해야 만개한 벚꽃을 만날 수 있을지 그 날짜를 가늠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미 벚꽃은 사라졌는데도 드문드문 남아 있는 개나리를 보고 있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매년 불확실성 속에 그저 개화·절정 시기를 베팅해봐야 하는 것일까? 아마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축제"라며 벚꽃 없는 축제를 홍보했던 대전시 동구처럼 이미 시작된 기후위기라고 포기하거나 꺾이지 말고, 그 변화 속도를 늦춰보려는 노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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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바람이 불어올 때쯤 언제 벚꽃놀이를 해야 만개한 벚꽃을 만날 수 있을지 그 날짜를 가늠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벚꽃놀이를 위한 눈치게임에 주간 날씨를 계속 들여다봤다. 그런데 본게임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벚꽃은 만개해버렸다. 사실 아직 개나리와 진달래도 만개하지 않은 시기라 적잖이 당황했다. 벚꽃놀이 기간은 곧 중간고사 기간이라는 슬픈 공식이 있었는데 아직 몸도 덜 풀린 3월에 벚꽃엔딩이 되고 만 게다.
물론 한 프레임 속에 진달래 위에 개나리, 개나리 위에 벚꽃잎이 흩날리는 경관이 생경하면서도 꽤 풍성했다. 하지만 한없이 아름답게만 바라볼 수 없는 경관임이 틀림없다. 이는 퍽 걱정되고 또 두려운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고는 5월에 만개하는 철쭉까지 가세하면서 3∼5월까지 차례대로 만나야 하는 봄의 경관이 너무 빠르게 그리고 한꺼번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고온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몇년간 우리는 한달 넘게 이어지는 폭우, 살인적인 더위와 한파 등의 극단적인 날씨를 겪어왔다. 엄청난 폭우에 물이 둑 위로 넘쳐 농경지가 침수되고 폭설에 비닐하우스가 내려앉는 모습을 봤다. 엄청난 더위 아래 비가 오지 않아 쩍쩍 갈라진 논바닥을 마주하기도 했다. 이른 추위에 농작물의 생장이 멈추기도 하고 수확을 앞두고 자식 같은 농작물을 버려야 하는 일도 허다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벌어진 피해를 농민들은 눈으로 직접 보고, 경제적인 손실까지 입었다. 이에 따라 일반 소비자들도 식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손해를 봤다.
사과농사를 짓는 경우 자신이 재배한 사과가 얼마나 달고 아삭한지가 고객과의 신뢰사항이라 볼 수 있다. 정원에 심기는 수목과 화초를 재배하는 우리 같은 농부들에게는 자신의 나무가 얼마나 튼튼한지 수형과 꽃이 예쁜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꽃이 제때 개화되고 열매를 맺는다는 명제도 고객에게 응당 제공돼야 하는 신뢰의 영역이다.
하지만 아무리 우리가 좋은 종자로, 좋은 나무를 키워내더라도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우리의 신뢰도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그 중요한 날씨라는 요소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고 이제는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미 벚꽃은 사라졌는데도 드문드문 남아 있는 개나리를 보고 있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매년 불확실성 속에 그저 개화·절정 시기를 베팅해봐야 하는 것일까? 아마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축제”라며 벚꽃 없는 축제를 홍보했던 대전시 동구처럼 이미 시작된 기후위기라고 포기하거나 꺾이지 말고, 그 변화 속도를 늦춰보려는 노력이 아닐까 싶다.
그에 앞서 우리 화훼농가부터 친환경적 농법과 자연친화적인 수종 개발 등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야 앞으로도 고객들과 때마다 적절히 피어나는 꽃 이야기를 하며 사계절 웃음꽃을 피울 수 있지 않을까.
이보현 바이그리너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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