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디지털 뱅크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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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미국 실리콘밸리 최대 상업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자금위기가 알려진 지 이틀 만에 파산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하지만 SVB 사태는 은행 창구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 초고속으로 예금이 인출됐고, SVB는 짧은 시간 내에 유동성 어려움을 겪게 됐다.
디지털 뱅크런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므로 해당 은행뿐만 아니라 건전한 은행의 예금자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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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충격’
디지털 시대 뱅크런도 순식간
금융위기 대응 모색, 지금부터
예금보호한도 선진국 수준으로
은행은 유동성관리 고삐 좨야
유사시 긴급수단도 미리 강구
3월 미국 실리콘밸리 최대 상업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자금위기가 알려진 지 이틀 만에 파산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와 동시에 미국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했고,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가 몰락했다. 더불어 수많은 중소형 은행의 유동성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성됐다.
미국은 고물가 대응을 위해 강도 높은 긴축과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그 여파로 SVB는 막대한 채권투자 손실을 보게 됐다. 이에 SVB 고객들 사이에서는 향후 예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고 한번에 대규모 예금이 인출되는 뱅크런(Bank run)이 발생했다.
은행은 예금을 유치해 이를 대출이나 유가증권에 투자하며 수익을 창출한다. 예금 인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관리한다. LCR은 현금·지급준비금·국공채 같은 고유동성자산을 향후 30일 동안 순현금유출액(현금유출액-현금유입액)으로 나눈 값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흔들림 없이 대응할 수 있는 반면 낮을수록 위기에 취약하다.
지금까지 뱅크런은 은행 창구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한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로 나타났다. 파산이나 몰락에는 몇주에서 몇달까지 소요됐다. 하지만 SVB 사태는 은행 창구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 초고속으로 예금이 인출됐고, SVB는 짧은 시간 내에 유동성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를 ‘디지털 뱅크런’이라 한다.
금융 디지털화가 이뤄지면서 예금자의 편리성과 효율성은 높아진 반면 현금은 더욱 쉽고 빠르게 이동하게 돼 유동성 리스크가 증폭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인터넷뱅킹 자금 이체나 대출 서비스의 일평균 이용액은 2019년에 비해 44.5% 급증했다. 이용 건수 또한 36.2% 올랐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디지털뱅킹 활성화는 오히려 블랙스완형(예측 불가능한 사건)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매우 높이고 있다. 따라서 적절한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우선 예금보호 한도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 예금보호 제도는 은행이 파산해도 일정 수준 이하의 예금은 국가가 보장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5000만원까지 보호하고 있다. 이는 미국 25만달러(3억3300만원), 일본 1억엔(9700만원)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장단기 유동성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에 실물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완화했던 LCR 규제는 7월부터 정상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온라인을 통한 즉시 해지·인출이 가능한 예금에 대해서는 이탈률이 높다고 보고 단기 유동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더불어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규제도 적절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NSFR은 1년 안에 유출 가능성이 큰 부채규모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금융회사가 장기 안정적 조달자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비율이다. 금융회사가 중장기 유동성이 낮은 자산에 투자하려 할 때 안정적인 자금을 늘리도록 하는 등 NSFR 규제도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디지털 뱅크런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므로 해당 은행뿐만 아니라 건전한 은행의 예금자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금융환경이 불안정하면 한시적으로 영업시간 종료 후 디지털뱅킹을 통한 자금 이체 한도를 두거나 인출 금지 긴급명령 등을 시행해 고객들의 합리적 판단을 유도해야 한다.
노상환 경남대 부동산경제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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