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4050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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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에서 만났던 귀농 7년차 농민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쩌면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은 4050세대에 이뤄져야 하는 게 아니냐며 반문했다.
정부가 2027년까지 청년농 3만명을 육성하겠다고 한 이유다.
이처럼 일부 지자체는 정책 수요 대상을 고려해 청년농 연령대를 상향했지만,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없이는 사실상 지원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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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에서 만났던 귀농 7년차 농민에게서 연락이 왔다. 반가움도 잠시, 오랜만에 들은 그의 목소리는 풀이 죽어 있었다. 농촌 정착 초기에 우여곡절을 겪고 이제야 비로소 안정적으로 왕성하게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정부 정책이 20∼30대 청년농에게 집중돼 의욕이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아이가 초등학생이라 앞으로 돈 들어갈 일이 많은 데다 농업과 농촌을 지키며 지역사회에서 중심적인 청년 역할을 하는 40∼50대를 정책에서 소외시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어쩌면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은 4050세대에 이뤄져야 하는 게 아니냐며 반문했다.
우리 농업의 미래가 청년농에게 달린 건 맞다.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대응해 인력구조를 개선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청년농을 키워야 한다. 정부가 2027년까지 청년농 3만명을 육성하겠다고 한 이유다. 청년후계농 선발 인원을 지난해 2000명에서 올해 4000명으로 늘렸고, 창업자금 융자도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올렸다. 금리는 2%에서 1.5%로 낮추고 상환기간도 연장했다.
‘후계농어업인 및 청년농어업인 육성·지원에 관한 법률(후계청년농어업인법)’에 따르면 청년농의 나이 상한은 39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하는 청년농 관련 정책사업은 모두 이 나이 기준을 적용한다. 청년농에게 영농정착 지원금으로 매월 최대 110만원을 주는 ‘영농정착 지원사업’ 지원자격도 만 39세 이하다. 다른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역시 나이 상한은 39세다.
과거 기대수명이 낮고 농촌 고령화가 심하지 않을 때는 2030세대를 청년농으로 간주하는 게 맞다. 하지만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고 농가 인구 2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고령인구임을 고려하면 청년농 나이 기준은 높여야 한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2022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연령별 경영주 농가는 40세 미만이 0.7%, 40∼49세 4.1%, 50∼59세 15.4%, 60∼69세 34.3%, 70세 이상이 45.5%다. 이 중 50세 미만은 5%도 안된다.
2020년 8월 제정된 ‘청년기본법’은 청년을 19세 이상 34세 이하로 정의한다. 하지만 최근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조례를 바꿔 청년 나이 기준을 45세, 49세까지 올리는 추세다. 지자체 등에서 예산을 투입해 각종 청년지원 정책을 시행해도 고령화로 청년인구가 급속하게 줄어 수혜자가 적기 때문이다.
국무조정실 자료(2022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전국 243개 지자체 중 청년 나이를 18·19세∼39세로 정한 곳은 133곳(55%), 18·19∼35세는 39곳(16%), 18·19∼45세는 27곳(11%), 18·19∼49세 26곳(10.7%) 등이다. 청년기본법과 같게 나이 범위(19∼34세)를 정한 곳은 34곳(14%)에 불과하다. 강원 평창, 충북 옥천, 전북 익산, 경북 울진, 경남 합천 등이 청년 나이 상한을 50세 미만으로 정한 사례다. 실제 요즘 49세는 육체적·정신적으로 청년에 가깝다. 농촌의 읍·면 지역 청년회만 보더라도 40대 이상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일부 지자체는 정책 수요 대상을 고려해 청년농 연령대를 상향했지만,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없이는 사실상 지원이 불가능하다. 정부 주도로 전국에서 대상자를 선정하는 정책에서 청년농 나이 기준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초고령화 사회가 머지않은 상황에서 청년농 연령대를 현실화시켜 농업에서 희망을 찾는 젊은이와 기존 4050세대 농업인들이 융화돼 미래 농촌과 농업을 잘 이끌어갈 기회를 제공해주길 희망해본다.
노현숙 전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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