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버티고 있는데" 尹 무기 지원 발언 이후..러, 韓기업들 '멘붕'

장민권 2023. 4. 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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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News1 오대일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으로 러시아와 관계가 악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1년 넘게 현지 공장 가동을 중단한 가운데 자산동결 등 한국 기업들을 겨냥한 러시아 정부의 제재 조치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수 조원의 매출을 올리던 러시아 시장 영향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지 생산중단에 점유율 급락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러시아 공장 운영을 중단한 국내 기업들의 현지 생산량이 급감하며 실적이 급격하게 꺾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현지법인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489억원을 나타냈다. 2021년 935억 3000만원의 순이익을 거두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1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한국 기업들의 러시아 내 시장 점유율도 추락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트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2021년 35%에서 지난해 12월 2%로 추락했다. 반면 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40%에서 95%로 급등했다.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3월부터 러시아행 제품 선적을 중단한 이후 핵심 부품이 소진돼 현지 공장 가동을 멈추자 중국 기업들이 그 빈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LG전자도 2021년 러시아 및 기타지역에서 2조 33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이듬해 1조 3883억원으로 급감했다. LG전자 러시아 법인 매출액은 2021년 1조 8867억원에서 지난해 9445억 4700만원으로 반토막났고, 232억 56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3월 연 23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1년째 중단하며 현지 시장 점유율이 한 자릿 수로 뚝 떨어졌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현지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고민들도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철수 대신 버티기 모드 돌입
2021년 우리나라의 10위 교역 대상국이었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후인 지난해 15위, 올해(1~3월) 17위까지 교역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2022년 한국과 러시아의 교역 규모는 2021년(273억 4000만달러) 대비 22.7% 감소한 211억 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대러 수출액은 99억 8000만달러(약 12조 9340억원)로 10위 기록하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63억3000만(약 8조2036억원)으로 36.5%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러시아가 강력 반발하며 현지 사업 불확실성은 한층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발언은 기업 입장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며 "러시아 현지 거래선을 유지하며 고객사를 관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공장 매각 또는 현지 법인 철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러시아 시장 특성상 일단 철수하면 향후 재진출이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또 우리나라를 포함한 러시아의 '비우호국' 출신 기업은 자산을 처분할 때 자산 평가 보고서에서 제시된 시장가치의 최소 10%를 ‘출국세’ 형식으로 내야 한다.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러시아의 막대한 시장 규모, 구소련 블록으로 동유럽·중앙아시아 국가와 연결되는 지리적·문화적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어려워도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자'는 게 국내 기업들의 전반적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 사태(채무 지불 유예) 때 소니 등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철수할 때 국내 기업들은 남아 의리를 지키며 러시아 국민 브랜드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면서 "전쟁의 장기화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발이 커지겠지만 '배신자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어 국내 기업들이 쉽게 러시아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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