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세상에 공짜는 없다

배규민 기자 2023. 4. 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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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갈등이 일단락된 것처럼 보여지지만 조합이 결국 백기를 들고 시공사가 원하는 만큼 공사비를 올려준 결과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목동파라곤'은 지난 21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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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공사비 갈등으로 입주가 막혔거나 또 막힐 위기에 처한 서울 정비사업장 두 곳의 협상이 타결됐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갈등이 일단락된 것처럼 보여지지만 조합이 결국 백기를 들고 시공사가 원하는 만큼 공사비를 올려준 결과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목동파라곤'은 지난 21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시공사가 조합원뿐 아니라 일반분양자의 입주까지 막은 지 50여일 만이다. 시공사는 입주를 이틀 앞두고 공사비 약 30억원의 증액을 요구했으며 하루 만에 그 금액은 106억원으로 뛰었다. 조합은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을 원했지만, 시공사는 3월 1일 입주 날 아파트의 모든 출입구에 컨테이너를 놓고 입주민들의 이사를 막았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푸르지오써밋'도 공사비 증액이 안 될 시 시공사가 '입주 불가' 통보를 했다. 시공사는 증액 비용을 670억원에서 228억원으로 낮추면서 "우리가 정말 크게 양보했다"는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조합과 시공사 간에 증액 산출 근거에 대한 이견은 컸다. 검증이 필요하지만, 6월 초 입주를 앞둬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

시공사는 정비사업장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계약이 체결되면 돈줄을 쥐고 있고, 전문성이 있는 시공사가 사실상 갑의 위치에 있다고 업계에서는 본다. 특히 입주를 앞둔 곳은 법적으로 가리기엔 시간이 부족하고 자금조달에서도 불리하다. 최근 은행권은 시공사와 갈등이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잔금대출이 막힌 조합은 시공사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곳곳에서 갈등이 벌어지자 서울시도 나섰다. 시공사가 조합에 증액 계약을 요청하고 관할 자치구에 신고하면 자치구가 중재를 맡는다. 또 시공사가 정당한 사유없이 입주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등 과도한 권한 행사를 하면 벌점을 부여하고 벌점에 따라 정비사업 입찰 제한 등 강력한 페널티를 준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으로 당장은 한계가 있다. 또 대치푸르지오써밋 공사비 증액 총회가 끝난 후인 지난 20일에야 서울시가 코디네이터를 파견하는 등 보여주기식이란 지적도 나온다.

복수의 정비사업 관련 전문 변호사는 "'착공 후에는 물가 변동으로 인한 계약 금액은 조정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넣고 계약서를 쓰면 그 계약서는 유효하고 소송으로 가더라도 조합이 유리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특약은 시공사가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제시한다. 하지만 입주 등을 앞두고 시공사의 입김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결국 조합은 시공사의 요구를 들어줘야 돼 조합원의 불만이 커진다.

조합의 대처 부족도 배경으로 꼽힌다. 조합은 시공사의 증액 요구에 무대응으로 일괄하기보다 사전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시공사와 조합의 관계는 철저하게 계산에 의해 움직인다.

시공사 입장에선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감언이설을 하고 공을 들인다. 그러나 손해가 된다면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을 내세우거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게 수순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모두 대가가 따른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조합도 전문성을 더 키워야 한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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