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시간 맞춰 TV 끄고, 이벤트 참여하면 대신 기부하고…삼성·LG가 라마단에 주목하는 이유는

안하늘 2023. 4. 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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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전업계 '빅2' 회사가 특별 이벤트를 벌이며 정성을 들인 이유는 라마단이 끝나면 중동 지역의 소비가 집중되는 '이드 알 피트르(Eid al-Fitr)' 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현지 인플루언서와 지난달 20일부터 '라마단을 스마트하게'라는 주제로 중동 14개 나라에서 특별 할인 판매와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열고 있다.

LG전자도 라마단 중 중동 각국에서 온라인몰 할인 및 쿠폰 제공 등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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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 끝나고 축제 기간 돌입한 중동
전체 소비의 30~40% 몰리는 기간
삼성전자, LG전자 현지 특화 마케팅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가운뎃줄 오른쪽 두 번째)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21일(현지시간) 수도 제다의 알 살람 왕궁에서 '이드 알 피트르'를 맞아 예배하고 있다. 이드 알 피트르는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 종료를 기념하는 명절이다. 제다 AFP=연합뉴스

# 하루 다섯 번 집 안이 어두워지고 TV가 꺼진다. 해가 지면 다시 모니터가 켜지고 볼 만한 드라마나 영화를 추천한다. 식재료가 방치돼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냉장고는 각각의 유통기한을 알려준다. 삼성전자가 중동 최대 명절인 라마단 기간 중 이슬람 소비자들에게 선보인 광고 내용이다.

# LG전자는 올해 라마단 기간 중 자사 냉장고 홍보 이벤트에 참여할 경우 아랍에미리트(UAE) 푸드뱅크에 기부를 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불우이웃돕기는 라마단 기간 동안 금식처럼 꼭 지켜야 하는 의무사항인 만큼 LG전자가 적극적으로 함께할 뜻을 보여준 것.

국내 가전업계 '빅2' 회사가 특별 이벤트를 벌이며 정성을 들인 이유는 라마단이 끝나면 중동 지역의 소비가 집중되는 '이드 알 피트르(Eid al-Fitr)' 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드'는 아랍어로 '축제', 피트르는 '단식의 종료'를 뜻한다. 라마단 이후 사흘 동안 라마단을 무사히 끝낸 것에 감사하고 음식을 장만해 가족·친지와 함께 즐긴다. 올해 라마단은 3월 23일~4월 20일이었다. 이 축제를 포함해 라마단 전후로 연간 소비의 30~40%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라마단 무사히 끝내 감사" 중동인들 지갑 여는 시기

삼성전자가 '이드 알 피트르(Eid al-Fitr)' 축제 기간을 맞아 21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쇼핑몰 '두바이몰'에 '스마트싱스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현지 소비자들이 삼성전자 최신 제품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23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드 알 피트르 기간인 21일(현지시간) 연간 1억 명 이상이 찾는 세계 최대 쇼핑몰 두바이몰에 스마트싱스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팝업스토어에서는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23', 2023년형 'Neo QLED',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아크' 등 신제품과 함께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스마트싱스를 통해 다양한 제품을 연결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현지 인플루언서와 지난달 20일부터 '라마단을 스마트하게'라는 주제로 중동 14개 나라에서 특별 할인 판매와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열고 있다. 따로 만든 영상에는 삼성전자의 가전들이 기도 시간에 맞춰 전원을 꺼주는 등 라마단에 안성맞춤이라는 내용이 담겼는데 공개 일주일 만에 조회 수가 300만을 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LG전자도 라마단 중 중동 각국에서 온라인몰 할인 및 쿠폰 제공 등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TV인 초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중심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달에는 두바이에서 지역 밀착형 신제품 발표 행사 'LG 쇼케이스'를 열었다. LG전자가 이 지역에서 신제품 발표 행사를 한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경기 침체 속 직격탄 맞은 가전업체, 중동 부자들 공략

LG전자가 지난달 14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중동·아프리카 지역 76개국 거래선 관계자 등을 초청해 개최한 신제품 발표회 'LG 쇼케이스'에서 모델들이 97형 LG 시그니처 올레드 M을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두 회사는 특히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사려는 성향이 강한 중동 소비자들을 적극 공략해 침체된 가전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뜨거웠던 가전 시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지난해부터 수요가 빠르게 줄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GfK는 지난해 전 세계 생활가전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7%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불황 영향을 적게 받던 프리미엄 시장도 주춤하면서 성장률이 전년보다 3% 하락했다고 밝혔다.

그나마 오일머니가 많은 중동은 고유가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경기 침체 여파가 덜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걸프협력회의(GCC)에 속한 중동 국가의 경제성장률은 6.9%로, 전 세계 평균(4.1%)보다 높다. 올해 역시 세계 경제성장률이 1.7%로 전망되는 반면 중동은 3.5%로 예상된다. 게다가 올해 라마단이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방역 제한 없이 열린 만큼 기업들은 라마단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동은 초고가 프리미엄 제품도 어렵지 않게 사는 큰손이 많다"며 "최근 수익성이 나빠진 기업들로서는 라마단은 놓칠 수 없는 황금기회"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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