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은 유럽 안보, 드라기는 경제위기 해법 제시한다
우크라전·금융문제 등 내달 ALC서 연설자로
차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사무총장 후보군으로 거명되는 유럽의 정치 거물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와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가 내달 17~18일 제 14대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참석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러시아 제재에 앞장서 온 존슨 전 총리는 ALC 첫날인 내달 17일 유럽 안보를 비롯한 광범위한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ALC 둘째 날인 내달 18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인 드라기 전 총리가 글로벌 경제 불황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처칠 예찬론자’ 보리스 존슨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ALC 참석을 앞두고 본지에 “영국 전 총리로서 세계 안팎의 안보 문제, 경제적 도전 과제, 기후변화 분야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처칠 예찬론자’인 존슨 전 총리는 재임 중 코로나 사태를 저돌적으로 돌파했다. 그는 2020년 12월 2일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백신을 승인했다. 이로부터 엿새 뒤인 12월 8일, ‘인류의 반격’이라고 명명된 첫 코로나 백신 접종이 영국에서 이뤄졌다. 그는 유머스러운 총리로도 유명하다. 코로나로 전 국민이 우울하던 시기에 존슨 전 총리는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가 오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여덟 살짜리 어린이에게 “북극에 전화해보니 루돌프 사슴도 음성 판정을 받아서 산타 할아버지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더라”는 친필 편지를 써보내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초 존슨 총리는 영국 정부의 축하 사절단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윈스턴 처칠 평전인 ‘처칠 팩터(The Churchill Factor)’를 전달했다. 이 책은 존슨 전 총리가 런던시장으로 재임하던 2014년 집필했다. 윤 당선인은 선물을 받은 뒤 “윈스턴 (처칠) 경을 제가 학창 시절부터 대단히 좋아하고 존경했다”고 화답했다.
◇영연방 밖에서 태어난 첫 영국 총리
존슨 전 총리는 부친이 미국 유학 중이던 1964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영연방이 아닌 지역에서 태어나 총리에 오른 첫번째 인물이다. 유럽의회 의원·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간부를 지낸 부친을 따라 워싱턴DC와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존슨 전 총리는 이튼스쿨-옥스포드대를 졸업하고 라틴어에도 유창한 엘리트로 성장했다. 옥스퍼드대 토론클럽 ‘유니언’ 의장을 지냈고, 1989년부터 2005년까지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에서 기자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가장 좋아하는 기자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펑퍼짐한 옷차림, 더벅머리 휘날리며 출근하는 ‘동네 아저씨’ 같은 그의 모습은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영국 총리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전쟁 한복판인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깜짝 방문’하거나, 대중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공개 저격하는 등 자유 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슈퍼마리오’ 마리오 드라기
유럽발(發) 금융 위기가 고조될수록 세계 금융 당국은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2006년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를 지내며 금융 위기를 극복했고, 2011년 ECB 총재로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에서 촉발된 유럽 재정 위기를 능숙하게 처리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과감한 금융 완화 정책으로 유로존 위기를 타개한 그에게는 ‘슈퍼 마리오’라는 별명이 붙었다.
드라기 전 총리는 MIT(미국 매사추세츠공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후 피렌체대 교수, 세계은행 집행이사, 이탈리아 재무부 차관보, 골드만삭스 부회장,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를 차례로 거쳤다.
ECB 총재직 이후 드라기 전 총리는 혼란에 빠진 모국(母國) 이탈리아에서 또 한번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극심한 여야(與野) 정쟁으로 코로나 사태 극복이 난망해지자 국민들이 정치판으로 ‘슈퍼마리오’를 불러낸 것이다.
드라기 전 총리는 취임 즉시 중립 성향 거국(擧國) 내각 구성에 착수했다. 뒤이어 총리 연봉 11만5000유로(약 1억6700만원)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2020년 -8.9%까지 떨어졌던 이탈리아 경제성장률은 드라기 취임 이후인 2021년 5.7%로 반등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연합(EU)의 비행 청소년 같은 이탈리아가 드라기 총리 이후 모범생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정당 간 대립이 극심해지자 2022년 7월 드라기는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총리 사임 후에도 주요 언론들은 드라기 전 총리가 차기 나토 사무총장으로 유력하다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드라기 전 총리는 ALC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글로벌 경제 전망 등에 대해 해법을 내놓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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