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른다” 일관한 송영길, 송·이 관계 진상 뭔가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이 터진 지 열흘 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탈당 의사를 밝혔다. 당 안팎의 조기 귀국 요구를 거부해 오던 그는 24일 귀국해 “당당히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주요 의혹에 대해선 “캠프 일을 일일이 챙기기 어려웠다”며 모른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8000만원의 돈 봉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강래구 전 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 대해선 “그가 선거 캠프에 참여할 위치가 아니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녹취록까지 나온 핵심 의혹에 대해선 모두 부인한 것이다.
이런 송 전 대표를 민주당은 두둔했다. 당 정책위의장은 “물욕이 적은 사람”이라 했고 어떤 원로 인사는 “역시 큰 그릇”이라고 치켜세웠다. 국민적 분노가 치솟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나. 민주당은 당 차원의 진상 조사에는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 송 전 대표 캠프의 잘못으로 축소해 꼬리 자르기에 나서고 있다.
이번 사태는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에서 여전히 돈 봉투가 횡행하는 후진국 정치의 민낯을 보였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줬다. 2021년 당대표 선거에서 승리한 송 전 대표와 2위와의 표 차이는 0.59%포인트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돈 봉투가 없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석패한 2위 후보는 “시대착오적인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행위”라며 진실 규명을 요구했지만, 송 전 대표는 사건 실체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송 전 대표와 이재명 현 대표의 ‘수상한 관계’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돈 봉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송 전 대표의 보좌관 박모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4~2018년 성남시청 행정지원과에서 비서관으로 이 대표 측근 그룹과 함께 활동한 사실이 확인됐다. 박씨는 그 후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이 됐고, 전당대회 후엔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에 임명됐다. 송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경선 때 중도 사퇴 후보 표를 무효로 결정해 이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심송심(李心宋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2022년 서울시장에 출마한 송 전 대표의 인천 지역구엔 이 대표가 전략 공천을 받아 국회에 진출했다. 돈 봉투 사태의 핵심 인물이 두 사람 사이를 오가며 연결 고리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셀린느, 새로운 글로벌 앰버서더에 배우 수지 선정...‘빛나는 존재감’
- “김준수는 마약 사건과 관련 없어… 2차 가해 멈춰달라” 2차 입장문
- [Minute to Read] Samsung Electronics stock tumbles to 40,000-won range
- “주한미군 이상 없나?” 트럼프 2기 미국을 읽는 ‘내재적 접근법’
- 온 도시가 뿌옇게… 최악 대기오염에 등교까지 중단한 ‘이 나라’
- 한미일 정상 "北 러시아 파병 강력 규탄"...공동성명 채택
- [모던 경성]‘정조’ 유린당한 ‘苑洞 재킷’ 김화동,시대의 罪인가
- 10만개 히트작이 고작 뚜껑이라니? 생수 속 미세플라스틱 잡은 이 기술
- 와인의 풍미를 1초 만에 확 올린 방법
- [북카페] ‘빌드(BUILD) 창조의 과정’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