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른다” 일관한 송영길, 송·이 관계 진상 뭔가

조선일보 2023. 4. 24.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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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교민 사무실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 News1 이준성 기자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교민 사무실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번 사태의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고 민주당 탈당과 함께 즉시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을 계획이라는 송 전 대표는 24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할 예정이다. 2023.4.23/뉴스1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이 터진 지 열흘 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탈당 의사를 밝혔다. 당 안팎의 조기 귀국 요구를 거부해 오던 그는 24일 귀국해 “당당히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주요 의혹에 대해선 “캠프 일을 일일이 챙기기 어려웠다”며 모른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8000만원의 돈 봉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강래구 전 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 대해선 “그가 선거 캠프에 참여할 위치가 아니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녹취록까지 나온 핵심 의혹에 대해선 모두 부인한 것이다.

이런 송 전 대표를 민주당은 두둔했다. 당 정책위의장은 “물욕이 적은 사람”이라 했고 어떤 원로 인사는 “역시 큰 그릇”이라고 치켜세웠다. 국민적 분노가 치솟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나. 민주당은 당 차원의 진상 조사에는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 송 전 대표 캠프의 잘못으로 축소해 꼬리 자르기에 나서고 있다.

이번 사태는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에서 여전히 돈 봉투가 횡행하는 후진국 정치의 민낯을 보였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줬다. 2021년 당대표 선거에서 승리한 송 전 대표와 2위와의 표 차이는 0.59%포인트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돈 봉투가 없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석패한 2위 후보는 “시대착오적인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행위”라며 진실 규명을 요구했지만, 송 전 대표는 사건 실체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송 전 대표와 이재명 현 대표의 ‘수상한 관계’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돈 봉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송 전 대표의 보좌관 박모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4~2018년 성남시청 행정지원과에서 비서관으로 이 대표 측근 그룹과 함께 활동한 사실이 확인됐다. 박씨는 그 후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이 됐고, 전당대회 후엔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에 임명됐다. 송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경선 때 중도 사퇴 후보 표를 무효로 결정해 이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심송심(李心宋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2022년 서울시장에 출마한 송 전 대표의 인천 지역구엔 이 대표가 전략 공천을 받아 국회에 진출했다. 돈 봉투 사태의 핵심 인물이 두 사람 사이를 오가며 연결 고리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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