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가발 중국 수출 늘자, 아마존서 가격 내려가

단둥/이벌찬 특파원 2023. 4. 24.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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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人毛 받아 수공으로 제작
단둥회사 “북한산 프리미엄 가발
美·아프리카 수출, 한국에도 팔아”
북한의 가발공장이 중국 가발 회사에 보낸 영상에서 여공들이 가발을 만들고 있다./더우인(중국판 틱톡)

최근 북한과 중국의 가발 교역 증가는 글로벌 시장 가격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북한의 가발을 싸게 들여온 중국이 저가로 미국 등지에 수출하면서 판매가가 지난해보다 대폭 낮아진 것이다. 예컨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76cm 인모(人毛) 가발 가격은 23일 기준 180달러(약 24만원)로 지난해보다 30% 내려갔다.

북한은 유엔 제재 예외 품목인 임가공(원재료를 들여와 완제품으로 판매) 가발의 중국 수출을 늘리고 있다. 지난 1~2월 중국으로부터 인모를 1439만달러(약 192억원)어치 수입했다. 지난 1월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품목 1위가 인모였고, 북한의 2월 중국 수출품 1위는 인모 가발·속눈썹 제품이었다.

지난 20일 단둥 전싱구(區)에서 만난 가발 회사 사장은 “인건비가 중국의 5분의 1인 북한의 가발 공장이 최근 다시 돌아가면서 중국의 가발 생산 원가가 급격히 낮아졌다”고 했다. 그는 “이틀 전에 북한에서 가공을 마친 가발을 대량으로 받아왔다”면서 “단둥 기차역에서 인모 등 재료를 북으로 보내면 2개월 안에 배 편으로 회훠(回貨·가공한 물품을 재발송)하게 된다”고 했다. 그가 보여준 ‘철로국제운송영수증’에는 지난 1월 5일 단둥에서 가발 재료를 평양에 보낸 내역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영수증에 적힌 목적지는 평양의 대표적인 의류·섬유·가발 무역회사였다. 그는 “최근 3개월간 가발 7만개를 평양서 수입했고, 한국에도 팔고 있다”고 했다.

20일 단둥의 한 의류 가공 공장. 입구를 향해 4개의 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이 공장에 섬유 제품을 납품하는 한 중국인은 "공장 직원 대부분이 북한인들이고, 의류와 가발 등을 가공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재중 북한 근로자는 최대 8만 명으로 추정되고, 이들 중 절반이 단둥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단둥=이벌찬 특파원

북한에서 가공한 가발들은 단둥을 거쳐 중국 내 최대 가발 제조 기지인 허난성 쉬창(許昌)에 납품된다. 이곳에서 스타일링·상표 부착을 거친 뒤 ‘메이드 인 차이나’ 마크를 달고 한국 등 해외로 수출되는 것이다. 허난 쉬창은 세계에서 가장 큰 가발 수출 창구로,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 90% 가량이 미국(43%)·아프리카(39%)·아시아(10%)로 가게 된다.

이처럼 북한은 중국에서 원자재 등을 수입한 뒤 값싼 북한 노동력을 활용해 완제품으로 만들어 다시 중국에 수출하는 ‘가공 무역’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월 북한의 대중(對中) ‘역외가공’ 수출액은 전체 대중 수출액의 54%를 차지했고, 북한산 휴대용 시계 무브먼트(시계를 작동시키는 동력 부품)와 합금철, 모형 등 수출도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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