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세 사기’는 시작일 뿐, 폭발 직전인 ‘역전세’ 시한폭탄
정부가 특별법을 만들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LH가 매입한 뒤 피해자에게 임대해준다는 등의 긴급 대책을 내놨다. 늑장 대응이 아쉽지만 이 대책이 시행되면 피해자들이 살던 집에서 쫓겨나는 사태는 막을 수 있다. 정부는 피해 세입자가 경매에 나온 전셋집을 매수할 수 있게 우선권을 주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이런 대책으로 전세 사기의 급한 불은 끌 수 있을지 몰라도 ‘역전세’라는 더 큰 문제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집값·전셋값 급락으로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 대란이 시한폭탄처럼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전세의 뿌리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에 있다. ‘미친 집값’과 임대차 3법 여파로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들이는 이른바 갭 투자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으로 집값이 급락세로 전환하면서 전세금이 집값의 80%를 웃도는 이른바 ‘깡통 전세’ 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3월 말 현재 대전 대덕(132%), 경기 평택(100%)의 집값 대비 전세금 비율이 100%를 넘고, 수원 팔달구·경기 파주시(95%), 전남 광양시(90%), 인천 미추홀구(90%), 용인 처인구(88%) 등은 위험 선인 80%를 웃돌고 있다.
주택금융연구원은 집값이 10~20% 하락하면 올 하반기에 경북의 공동주택은 40% 이상, 대구·울산·충남북·전북 등은 30% 이상이 깡통 전세가 된다는 예측을 내놨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전국적인 역전세 대란이 발생할 것이다. 적신호는 이미 켜졌다. 올 들어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고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경매에 넘어가는 집이 급증하고 있다.
역전세 문제는 집값 상승을 전제로 작동하고 있는 전세시장의 구조적 문제이다. 집주인이 떨어진 전셋값만큼 세입자에게 역월세를 주는 편법까지 등장했지만, 임시 방편일 뿐이다. 주택 대출 DSR(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풀어 집주인에게 전세금 반환용 자금을 대출해 주는 등 역전세 폭탄에 대비한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역전세를 예방하기 위해 집주인에게 전세권 등기 설정이나 전세 보증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 전세금을 집값의 일정 비율 이하로 설정하는 ‘전세 상한제’ 같은 제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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