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도시, 이제는 관리의 시대다
2000년에 ‘도시계획법’, 지금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이 전면 개정되고 2020년을 목표로 한 제4차 국토종합계획이 수립됐을 때, 급속한 경제성장의 여파로 발생한 도시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내건 중요한 국토이용원칙 중 하나가 ‘선(先)계획 후(後)개발’이었다. 당시 부산에선 도시기본계획을 비롯해 주택정책, 워터프론트, 3대 밀레니엄 프로젝트 등 적잖은 도시 중장기 발전전략계획이 수립돼 현재 부산의 큰 틀을 짜는 근간이 되었다.
20년이 흘렀다. 이제 우리의 도시는 계획 개발의 이슈를 넘어 도시 관리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아니 이미 진입했다. 신규개발이든 기개발이든 계획 후 개발 절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개발 이후 운영관리가 필요한 시대라는 의미다. 몇 가지 정리해 본다. 첫째, 모든 사업은 기획 또는 계획할 때부터 조성 이후 어떻게 운영하고 관리할 것인지를 반영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부산시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주요 프로젝트는 철거돼 사라지기 전까지는 현재진행형, 즉 계속 관리돼야 한다.
예를 들면 제3섹터로 개발된 일본 요코하마의 미나토미라이21은 1980년대 초 컨벤션·업무·쇼핑 등의 복합개발로 시작해 2010년 완공됐는데, 계획 단계에서부터 홈페이지를 개설해 개발계획 현황을 알려주면서 우선 개발된 빌딩의 분양사업과 유치사업 홍보 등을 추진했고, 완공 직전인 2009년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 주식회사를 설립해 에너지효율시스템을 운영하거나 지역을 관리하는 일, 각종 사업이나 관광자료를 홍보하고 나아가 자체 브랜딩까지 구축해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관광객, 거주민, 사무실 이용자 등 모두에게 필요한 정보를 한꺼번에 담고 있다. 반면 미나토미라이21과 유사 콘셉트인 센텀시티의 경우 2000년 착공 후 2007년 준공과 함께 청산절차까지 완료함으로써 공식적인 정보를 제공하던 홈페이지도 없어졌다.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인 오시리아 관광단지 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홍보와 분양, 운영에 대한 정보는 사업주체인 부산도시공사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의외인데 이마저도 사업이 준공되는 2023년 어느 날 2010년부터 10년간 선도적으로 추진됐던 산복도로 르네상스 조성사업처럼 과거의 유물로 박제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둘째, 노후한 도시인프라 시설에 대한 점검·관리가 필요하다. 부산의 상하수도 시설, 학교·체육시설·공원 등 도시공간시설, 도로·교량·터널·전선 등 교통·통신시설 같은 도시인프라는 대부분 1970~1980년대부터 집중적으로 설치돼 30년 이상 경과한 시설이 급증하고 있다. 도로 공원 학교 등 도시인프라가 증가할수록 삶의 질은 높아질 수 있지만 시설이 노후화하면 유지관리비 증가, 안전사고 발생우려, 시설이용수요 감소 등 도시매력과 효율을 저하시킨다. 나아가 새로 조성되는 도시인프라는 계획단계에서부터 경제적인 운영과 관리에 대한 계획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인구가 5만 명에 불과한 일본 다케오시의 공공도서관을 책보다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츠타야서점에 운영을 맡기자 1년 만에 연간 100만 명이 찾는 도시로 탈바꿈한 사례는 유명하다.
셋째, 고층·초고층 주거·상업·업무 빌딩의 장수명화를 위한 운영관리도 절실하다. 지금도 저층 노후주거단지는 재개발 혹은 재건축의 대상이 되지만 해운대 신시가지를 비롯해 곳곳에 조성된 대규모 주거단지가 벌써 30년이 다 되어간다. 그렇다고 다시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추진하기도 결코 쉽지 않다. 100년을 너끈히 버틸 수 있도록 건설하고 운영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도시공간에 대한 각종 계획과 도시개발사업, 도시인프라 등 도시공간의 성장과정에 대한 아카이빙도 중요하다. 과거에서 이어져 오는 도시공간, 도시인프라와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히스토리-그것이 잘된 사례든 실패한 경험이든-는 반세기에 걸쳐 쉬지 않고 개발이 진행된 도시를 제대로 점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의 맥락을 읽고 미래 도시비전을 구상하고 운영·관리하는 바탕이 된다.
늙어가는 도시가 아니라 젊은 부산이 되기 위한 도시의 체질은 잘 개발된 도시, 잘 꾸며진 도시에서 나아가 제대로 운영되고, 효율적으로 관리되는 도시가 더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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