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세상] 해후
나에게는 딴살림이 있다
또 다른 식구들이 살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밤낮으로
내 마음
이리 하염없을 리 없다
목련 가지가 하늘을 움켜쥐고 있는
구불구불한 골목
파란 대문을 열면
나의 어린 서자가 필유곡절처럼
아비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너 이름이 뭐냐?
엄마는 어디 갔니?
정병근(1962~)
취업이나 결혼과 같은 이유로 같이 살던 가족과 떨어져 따로 살림을 차리는 게 분가(分家)다. 가족과 함께 살 때는 빨리 독립해 자유를 만끽하고 싶지만, 막상 독립하면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다. 경제적 독립보다 중요한 건 정신적 독립이다. 환갑을 넘긴 시인은 요즘 밤낮없이 마음이 하염없다. 함께 살던 자식들이 곁을 떠나 독립하면 더 허전하고, 혼자 있거나 몸이 아프면 고향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마음 깊은 곳에는 고향집에 살던 ‘어린 나’가 존재한다.
시인은 ‘어린 나’를 서자, 고향의 부모 형제를 “또 다른 식구들”이라 칭한다. 결혼과 동시에 분가하고도 고향의 부모를 그리는 마음을 ‘딴살림’이 났다고 한다. 분가해 같이 사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도 묻어난다. 고향집 골목에는 목련이 활짝 피어 있다. “파란 대문을 열면” 과거의 내가 혼자 서 있다. 필유곡절, 즉 반드시 무슨 까닭이 있는 각인된 장면이다. 엄마도 없는 집에서 “아비를 손꼽아 기다리”는, 서자처럼 서럽던 어린 시절의 내가 아직도 거기 서 있다.
김정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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