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한국형 핵우산’ 특별 문서로 명문화한다
한미, 핵전력 공동기획·실행
실질적 대책 문서에 담기로
중국내 한국 반도체 공장들
업그레이드 한시 허용 논의
한미가 이번 주로 예정된 정상회담에서 북핵 위협에 대응한 확장 억제(핵우산) 강화 방안과 관련, ‘한국형 핵 공유’ 수준에 맞먹는 실질적 대책이 담긴 별도의 특별 문서를 채택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동안 한미는 공동성명을 통해 원론적 수준의 확장 억제 원칙을 확인해 왔다. 그러나 북핵 위협이 증대되면서 별도 문서를 통해 핵의 공동 기획과 실행에 대한 세부 계획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의 반도체법으로 제한받았던 중국 내 우리 반도체 공장의 첨단 기술 업그레이드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되, 철수할 때 공장을 중국에는 매각하지 못하도록 제한 조건을 두는 방안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24일 5박 7일 일정의 미국 방문길에 오른다. 2011년 10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 이어 12년 만의 국빈(國賓) 방미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미 의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처리한 후 국빈 방미해 정치·안보 중심의 한미 동맹을 경제로까지 확장했다. 윤 대통령은 12년 전보다 훨씬 심각해진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확장 억제 강화 방안을 도출하고, 공급망과 첨단 기술에서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이슈에서도 미국과 보조를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출국을 하루 앞둔 23일 워싱턴DC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 의제를 최종 보고받고,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문을 가다듬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미국의 확장 억제 강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통해 미 본토를 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한국 국민이 미국의 핵우산이 한국 방어를 위해 확실히 작동할 것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실효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백악관과 협의 중”이라고 했다.
한미 양국은 한반도 주변에 미 핵전력을 상시 수준으로 배치하는 것은 물론 핵전력 운용과 관련해 계획 단계부터 한국이 참여하고 한미 연합 훈련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핵 운용 문제를 논의하는 양국 간 상설 협의체 구성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도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을 억제하겠다는 미국의 공약을 강조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약속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2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한국 당국자들과 대중의 기대 및 확장 억제 약속의 현실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충분한 조처를 하기 위해 강도 높게 협력하고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러시아의 무력 침공, 중국의 핵 증강 야망에 직면하더라도 한국에 대한 지지 공약에는 어떤 의심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 상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5월 서울 한미 정상회담 때 북한의 핵 공격 위협 시 핵을 포함한 모든 역량을 한국 방어에 투입하는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을 재확인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 위험을 감수하고 한국 방어를 위해 핵전력을 사용하겠느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방미에서 미국이 한국 방어를 위한 핵전력 사용을 주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미 때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전보다 선명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고 중국·대만 긴장 문제에 관해서도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러시아와 중국이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자유, 인권 등 보편적 가치 수호를 위한 역할을 피할 수 없고, 북한의 핵 위협에 마주한 상황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용인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북핵 문제 등에서 북·중·러 밀착이 강화하는 만큼, 대중·대러 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그간 취해온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분명히 서는 쪽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방미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 120여 명과 함께 한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등에 참석해 미국과 공급망·첨단 기술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국 기업의 불이익 가능성이 제기된 IRA(인플레이션감축법)와 반도체법은 공급망·기술 동맹 강화를 통해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최근 불거진 미 정보기관의 한국 대통령실 도청 의혹과 관련해서는 “한미 간 정보 공유 확대·강화를 통해 양국 간 신뢰에 영향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워싱턴DC 곳곳에는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홍보물이 등장했다. 주(駐)워싱턴 한국문화원 건물 외벽에 한미 의장대가 각각 양국의 국기를 나란히 들고 서 있는 광고물이 걸렸다. 대통령실과 광고 업체 이제석연구소가 1953년 당시 미 의장대와 2023년 한국 의장대 모습이 담긴 이미지를 활용해 제작했다. 백악관 인근 등 주요 도로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렸다.
윤 대통령은 방미 때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주요 인사 300여 명과 오찬을 함께 하고 6·25 참전 용사들에게 태극무공훈장 등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대통령실이 이날 밝혔다. 오찬에는 1951~1953년 미 8군 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밴플리트 장군의 외손자 조셉 매크리스천 주니어와 백선엽 장군의 장녀인 백남희 여사 등이 참석한다. 제2연평해전 승전의 주역인 이희완 해군 대령, 천안함 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 DMZ 목함 지뢰에 부상한 하재헌 예비역 육군 중사 등도 참석한다.
윤 대통령은 오찬에서 미 제8군 유격중대장으로 6·25에 참전해 평북 205고지 진지를 사수했던 랠프 퍼켓 예비역 육군 대령 등에게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훈장을 수여할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오찬 때 미 국방부와 함께 미 포로·실종 장병 추모 테이블을 마련하고 윤 대통령 부부가 추모 촛불을 켠다. 오찬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영웅인 한인 2세 제이슨 박의 사회로 진행되고, 참전 용사 후손 매트 카팅구브와 6·25 직후 미국에 입양된 전쟁 고아 후손인 비올라 연주가 용재 오닐의 기념 공연 등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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