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소득 1000만원도 대학 학자금 무이자...이재명 “법안 강행처리”
與 “서민·저학력 취업자 역차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취업 전에 발생한 대학 학자금 대출 이자를 면제해 주고, 그 대상을 가구 월 소득인정액(소득과 재산을 합쳐 환산한 액수) 1024만원 이하까지로 하는 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 대학생에게 더 많은 장학금 혜택을 줘야 한다” “고졸 이하 청년 취업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반발했다.
이 대표는 22일 페이스북에서 정부와 여당을 향해 “수십조 원 초부자 감세는 되고, 대학생 이자 감면은 안 되느냐. 미국은 원금까지 탕감해 준다”며 “대학생 학자금 이자 감면, 일방 처리해서라도 꼭 관철하겠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7일 국회 교육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을 단독으로 처리했는데, 법 통과를 위해 남은 절차인 교육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의결 역시 야당의 다수 의석수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의 적용 대상은 한국장학재단이 운영하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ICL·Income Contingent Loan) 이용자다. ICL은 가계 소득이 기준 중위 소득 200% 이하인 학생은 모두 받을 수 있는데, 지난해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인정액 1024만원 이하에 해당한다. ICL은 현재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다자녀 가구의 자녀를 대상으로 이자를 면제하고 있는데, 이를 대폭 확대하자는 것이다. 또한 이 법안에는 취업 전까지 생긴 학자금 대출 이자뿐 아니라, 취업 후에라도 육아휴직이나 실직, 폐업 등으로 소득이 사라진 기간에 생긴 이자도 면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재정 부담, 고졸 이하 취업자와의 형평성, 도덕적 해이 등을 근거로 반대하고 있다. 현재 학자금 대출 금리는 연 1.7%로 가계 대출 평균 금리(5.7%)보다 4%포인트 낮다. 정부는 매년 1825억원을 투입해 이 차액을 메우고 있는데, 기획재정부는 미취업 기간 이자까지 면제할 경우 향후 10년간 약 8650억원의 재정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추계했다. 야당은 이에 대해 “1년에 약 865억원 정도가 추가로 드는데, 청년의 고통을 감안하면 이게 그리 큰 부담이냐”고 주장하고 있다.
학자금 무이자 대출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취업한 청년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졸 이하 취업자가 이용할 수 있는 소액 서민금융 대출 상품의 이자는 3~4%인데, 대학에 진학한 취업자에게만 이자를 면제하는 것이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학자금을 무이자로 빌릴 수 있게 되면 여력이 있는 대학생들도 신청해 대출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민의힘은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 대학생과 청년에게 더 많은 장학금과 혜택을 주자는 입장이다. 국회 교육위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대표의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 일방 추진을 비판하면서 “한정된 국가 재정 속에서 사실상 모든 계층의 대학생까지 무이자 학자금, 생활 자금 대출 혜택을 주기보다는 저소득층 대학생들과 자립 청년 등 어렵고 가난한 계층에게 집중하여 지원 폭을 넓히는 게 더 양심적이고 정의로운 일 아니겠느냐”고 했다.
여당이 제동을 걸며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은 국회 교육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됐지만, 민주당은 지난 17일 무소속 민형배 의원을 동원해 안건조정위를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총 6명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는 4명 이상이 찬성하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데,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에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민형배 의원이 투입된 것이다. 이 법안은 야당 단독으로 통과되면서 조만간 교육위 전체 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교육위원 16명 중 민주당 소속은 위원장을 포함해 9명이라 이 역시 야당의 강행 처리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법안은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0년과 2021년에도 발의됐지만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보류됐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자기네 집권 때 안 하던 것을 야당이 되자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돈 봉투 건으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국면 전환용으로 청년 표심을 끌어들이려고 포퓰리즘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중간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1인당 학자금 대출을 최대 2만달러(약 2700만원)씩 깎아주겠다는 행정명령을 내린 것을 거론하며 “원금 탕감보다 낮은 수준인 ‘이자 면제’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노력해서 학자금을 갚은 사람들과의 형평성,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 등으로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혔고, 현재 “의회의 예산 지출 권한을 침해한 월권”이라는 일부 주(州)의 소송이 제기돼 미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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