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무역흑자 1분기에만 130억달러, 사상 최대
북미·EU 등 선진 시장서 인기
현대차·기아 수출 단가도 올라
올 1분기(1~3월) 사상 최대인 171억달러(약 23조원) 수출을 기록한 자동차가 같은 기간 130억달러 무역 흑자(수출-수입)를 내며 분기 기준으로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업종은 1분기에만 작년 한 해 무역 흑자(387억달러)의 3분의 1을 달성했다. 자동차 업종의 분기 130억달러 무역 흑자는 120억달러대를 이어간 2000년대 초반의 연간 흑자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2014년 이후 9년 만에 자동차가 무역 흑자 1위 업종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23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자동차는 수출 171억달러, 수입 41억달러를 기록하며 130억달러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작년 1분기보다 44% 급증한 가운데 수입 증가세는 상대적으로 둔화한 결과다. 자동차 수입은 지난해 1분기보다는 21.3% 증가했지만, 지난해 4분기(44억달러)와 비교하면 7%가량 감소했다. 그나마 자동차가 부진에 빠진 우리나라 수출에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13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수출도 작년 10월부터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지만,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4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수출 증가율은 작년 9월 두 자릿수로 올라선 데 이어 올 들어선 20%를 웃돌고 있다.
자동차는 2014년 이후 8년 만인 지난해 3분기 무역 흑자 100억달러를 넘었다. 이어 4분기에는 113억달러 흑자를 내며 석유제품(2위·81억3000만달러)과 석유화학(3위·80억6400만달러)을 제치고 분기 기준으로 6년 만에 무역 흑자 품목 1위에 올랐다. 올 1분기에도 2개 분기 연속으로 무역 흑자 1위를 유지했다. 흑자 규모가 작년 1분기의 30%에 못 미치는 51억달러에 그친 반도체(5위·51억달러)는 물론, 석유화학(2위·89억달러), 석유제품(3위·74억달러), 일반기계(4위·53억달러)를 크게 따돌렸다. 자동차 부품도 40억달러 흑자를 나타내며 선박(7위·36억달러)을 제치고 6위를 차지했다.
국내 자동차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대차·기아의 수출 단가가 크게 오른 데다 북미·EU(유럽연합) 등 선진 시장에서 인기가 수출과 무역 흑자 증가를 이끌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대기 수요와 원·달러 환율 효과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며 신차 수요가 줄면 하반기 수출이 부진할 수 있는 상고하저 우려도 나온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지금은 반도체 수출 부진을 자동차가 완화하는 모습”이라면서 “다만 하반기 세계 경기 둔화 가능성은 자동차 수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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