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출산 친화적 분위기 조성이 중요

경기일보 2023. 4.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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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미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지회장

봄꽃이 만발한 이맘때면 생각나는 직원이 있다.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미국에서 석사까지 한 재원이었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그 직원이 결혼한 때가 이때쯤이었다. 결혼과 동시에 퇴직한 그 여직원은 출산과 육아로 다시 회사로 돌아오지 않았고 소위 말하는 ‘경력단절여성’이 됐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전체 기업 중 여성 기업 수가 40.5%를 차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여성 법인기업 기준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 종업원 1인당 평균 매출액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안정성과 활동성은 위축됐다. 여성 법인기업이 불리한 점으로 가장 높게 뽑은 ‘일·가정 양립 부담’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대한 불안과 걱정은 수년 전에 이미 예견됐다. 초유의 경제, 인구 위기 시대를 해결할 열쇠로 여성의 역할이 재조명된 것도 오래이나 달라진 것은 없다. 여성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져야 함을 논하기 전에 여성에 대한 시각, 여성에 대한 대우 등 외부적인 변화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여성들이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 마음 놓고 출산할 수 있고 출산하고 싶은 환경이 만들어지면 지금 위기의 상당 부분이 해소될 것이다.

출산 친화적 사회 분위기 조성의 중요성은 세종시의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세종시의 2018년 출산율은 1.57명으로 서울 출산율(0.76명)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로 전국 출산율 1위를 차지했다. 공무원이 밀집한 도시인 세종시는 남녀 모두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고 휴직 후 복직도 보장돼 있다. 또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문제로 유치원 개학 연기 사태가 벌어져도 세종시는 국공립 유치원 비율이 95%에 가까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세종시 사례가 보여주듯 공무원 수준의 출산 친화적 근무 환경이 제도적으로 보장된다면 저출산 문제의 큰 부분이 해결되리라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아이를 성장시키기 위해 자신의 성장은 멈췄다고 말한 직원의 이야기가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가까운 곳에 도와줄 가족이 없으면 여성의 사회 재진출은 힘들다는 것을 나 자신과 그녀를 통해 여실히 보고 있다. 여성들이 꽃을 피울 때 아이들이 춤추고 국가의 미래도 번성한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봄의 향연에 춤추며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본다. 엄마이자, 아내이자, 경제동력으로의 역할을 해야 하는 우리 여성들이 꽃피는 대한민국의 봄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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