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소설중 최고” 한마디에… ‘고래’ 세계로 날았다
이호재 기자 2023. 4.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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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고래'(2004년·문학동네)는 내가 읽은 소설 중 최고다. '고래'를 세계에 소개하겠으니 믿고 맡겨 달라."
"해외 에이전시가 한국 소설을 번역하려고 덤벼드는 게 이상하기도 했는데, 그냥 얼떨결에 계약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해외에 책을 잘 소개하더라고요."(천 작가) 팰커너는 남편과 함께 아시아 문학을 영미권에 소개하는 '아시아 문학 에이전시'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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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 ‘고래’ 부커상 후보 뒷얘기
美 문학 에이전트 팰커너
“창조적 이야기에 마음 흔들려”… 작가 수차례 설득해 계약 따내
변호사 출신 번역가 김지영
원작 유머 가다듬는데 공들여… “번역하다가 혼자서 낄낄 웃어”
美 문학 에이전트 팰커너
“창조적 이야기에 마음 흔들려”… 작가 수차례 설득해 계약 따내
변호사 출신 번역가 김지영
원작 유머 가다듬는데 공들여… “번역하다가 혼자서 낄낄 웃어”
“장편소설 ‘고래’(2004년·문학동네)는 내가 읽은 소설 중 최고다. ‘고래’를 세계에 소개하겠으니 믿고 맡겨 달라.”
2016년 말 미국인 문학 에이전트 켈리 팰커너는 한국에 있는 천명관 작가(59·사진)를 찾아와 이렇게 설득했다. 두 사람은 같은 해 5월 영국 런던 주영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문학 행사에서 잠시 이야기만 나눈 사이였다. 더군다나 천 작가는 당시 문학을 그만두고, 영화계로 돌아가려고 하던 차였다.
팰커너의 의지는 확고했다. 팰커너는 시큰둥하게 반응하던 천 작가를 수차례 만나 “믿어 달라”고 설득했다. 결국 천 작가는 “정 원한다면 한번 해 보라”며 계약을 수락했다. 7년이 지나 ‘고래’는 노벨 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천 작가는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실 처음 팰커너의 제의를 받았을 때 아무 관심도 없었다. 다른 곳에서 제안도 없고 해서 일을 맡긴 게 부커상 최종 후보의 시작”이라며 호쾌하게 웃었다.
“해외 에이전시가 한국 소설을 번역하려고 덤벼드는 게 이상하기도 했는데, 그냥 얼떨결에 계약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해외에 책을 잘 소개하더라고요.”(천 작가)
팰커너는 남편과 함께 아시아 문학을 영미권에 소개하는 ‘아시아 문학 에이전시’를 운영한다. 천 작가를 비롯해 배수아 한유주 김이설 등 한국 작가를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박색이라 신혼 첫날 소박 맞고 복수심을 지닌 노파, 집에서 도망쳐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금복, 말 못 하는 춘희까지 여성 세 명의 거친 삶을 그린 ‘고래’에 팰커너는 왜 빠졌을까. 팰커너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장난스러우면서도 창조적인 이야기를 읽고 마음이 흔들렸다. ‘고래’는 현대 문학의 걸작”이라고 예찬했다.
“전 ‘고래’의 유머 감각과 독특함이 너무 좋아요. 부커상이 ‘고래’에 주목한 것도 이런 소설은 세상에 없고, 한번 읽기 시작하면 책장을 덮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팰커너)
천 작가는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실 처음 팰커너의 제의를 받았을 때 아무 관심도 없었다. 다른 곳에서 제안도 없고 해서 일을 맡긴 게 부커상 최종 후보의 시작”이라며 호쾌하게 웃었다.
“해외 에이전시가 한국 소설을 번역하려고 덤벼드는 게 이상하기도 했는데, 그냥 얼떨결에 계약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해외에 책을 잘 소개하더라고요.”(천 작가)
팰커너는 남편과 함께 아시아 문학을 영미권에 소개하는 ‘아시아 문학 에이전시’를 운영한다. 천 작가를 비롯해 배수아 한유주 김이설 등 한국 작가를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박색이라 신혼 첫날 소박 맞고 복수심을 지닌 노파, 집에서 도망쳐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금복, 말 못 하는 춘희까지 여성 세 명의 거친 삶을 그린 ‘고래’에 팰커너는 왜 빠졌을까. 팰커너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장난스러우면서도 창조적인 이야기를 읽고 마음이 흔들렸다. ‘고래’는 현대 문학의 걸작”이라고 예찬했다.
“전 ‘고래’의 유머 감각과 독특함이 너무 좋아요. 부커상이 ‘고래’에 주목한 것도 이런 소설은 세상에 없고, 한번 읽기 시작하면 책장을 덮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팰커너)
‘고래’는 2018년 영미권 출판사 아키펠라고북스와 출간 계약을 맺었다. 해외 출판사를 찾는 데 2년이 걸린 셈이다. 아키펠라고북스는 천 작가의 작품을 가장 잘 번역할 적임자로 김지영 번역가(42)를 낙점했다. 변호사 출신인 김 번역가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2008년·창비)로 2012년 맨 아시아 문학상을 받았다. 한국 작품이 이 상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김 번역가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고래’ 특유의 구수함과 유머, 한국 근대 역사를 다루면서도 이야기를 박진감 있게 전개시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며 번역을 수락한 계기를 설명했다.
김 번역가가 번역에 가장 유의한 건 유머다. 그는 “유머는 문화적 차이 때문에 자칫 건조하게 번역될 수 있다. 원고를 다듬으면서 계속 검토했다”고 했다. 이어 “이렇게 쓰면 더 웃긴가, 아니면 저렇게 쓰면 더 웃긴가 고민을 많이 했다. 문체가 너무 웃겨서 컴퓨터 앞에서 혼자 낄낄 웃을 때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인물 이름 번역에도 신경 썼다. 등장 인물 ‘칼자국’은 직역이 아니라 ‘흉터 있는 남자(The man with the scar)’로 번역했다. ‘춘희(春姬)’는 발음과 뜻을 함께 써서 ‘CHUNHUI-or Girl of Spring-’이라고 썼다.
부커상 수상자는 다음 달 23일(현지 시간) 영국에서 발표한다. 세 명은 어떤 마음일까.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에요.”(김 번역가)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팰커너)
“결과 나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 봐야죠.”(천 작가)
김 번역가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고래’ 특유의 구수함과 유머, 한국 근대 역사를 다루면서도 이야기를 박진감 있게 전개시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며 번역을 수락한 계기를 설명했다.
김 번역가가 번역에 가장 유의한 건 유머다. 그는 “유머는 문화적 차이 때문에 자칫 건조하게 번역될 수 있다. 원고를 다듬으면서 계속 검토했다”고 했다. 이어 “이렇게 쓰면 더 웃긴가, 아니면 저렇게 쓰면 더 웃긴가 고민을 많이 했다. 문체가 너무 웃겨서 컴퓨터 앞에서 혼자 낄낄 웃을 때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인물 이름 번역에도 신경 썼다. 등장 인물 ‘칼자국’은 직역이 아니라 ‘흉터 있는 남자(The man with the scar)’로 번역했다. ‘춘희(春姬)’는 발음과 뜻을 함께 써서 ‘CHUNHUI-or Girl of Spring-’이라고 썼다.
부커상 수상자는 다음 달 23일(현지 시간) 영국에서 발표한다. 세 명은 어떤 마음일까.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에요.”(김 번역가)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팰커너)
“결과 나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 봐야죠.”(천 작가)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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