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강원도 ‘동백꽃’은 ‘생강나무꽃’이다
민요 ‘강원도아리랑’에는 “열라는 콩팥은 왜 아니 열고, 아주까리 동백은 왜 여는가”라는 대목이 나온다. ‘정선아리랑’에도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오. 싸릿골 검은 동백이 다 떨어진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 노래의 ‘검은 동백’은 ‘올동백’이나 ‘육동백’으로 바뀌어 불리기도 한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아리랑’에 동백이 등장하는 것이 꽤 낯설다. 물론 강원도에 동백꽃이 아예 피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검은 동백’도 이상하다. 하지만 ‘검붉다’라는 말이 있고, 붉은 장미를 ‘검은 장미’라고도 하니, 이 또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동백이 콩·팥이나 아주까리와 함께 열린다는 얘기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콩, 팥, 아주까리 등은 가을에 수확하는 작물이다. 더 이상한 것은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늦봄의 ‘노란 동백꽃’이다. 보통 동백꽃은 늦겨울에서 초봄에 피고, 그 빛깔은 희거나 붉다.
결국 강원도 지역의 아리랑과 김유정의 소설 속에 나오는 동백은 우리가 아는 그 동백이 아니다. 이들 작품 속의 동백은 ‘생강나무’를 가리킨다. 4월께 피는 생강나무의 꽃이 노랗고, 가을에 수확하는 열매의 빛깔은 검다.
생강나무는 잎이나 꽃을 비비면 생강 냄새가 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생강이 아주 귀하던 시절에는 말린 잎을 가루로 만들어 생강 대신 쓰기도 했다. 지금도 이 나무의 어린잎은 작설차를 만드는 데 쓰고, 열매로는 기름을 낸다. 꽃을 약재로 쓰기도 한다. 이 생강나무를 강원도에서는 ‘동박나무’나 ‘동백나무’로 부른다. 즉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을 표준어로 고치면 ‘생강나무꽃’이다.
이처럼 지역을 무대로 한 작품에는 표준어가 아닌 지역 사투리가 쓰인 사례가 많다. 김동인의 소설 <감자>가 실제로는 ‘고구마’를 소재로 한 것처럼 말이다. 작품의 이름이 바뀐 사례도 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옛날 책 중엔 <모밀꽃 필 무렵>이란 제목도 많이 보인다. ‘모밀’의 표준어가 ‘메밀’로 바뀌면서 지금은 <메밀꽃 필 무렵>으로만 쓰이고 있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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