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발언대] ‘민주대연합’에 앞서 답해야 할 것들
민주노총은 오늘로 예정된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정치·총선방침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방침안은 민주노총과 진보정당 등 여러 정치세력 안팎에서 논란이 되었고 방침안의 결정은 결국 8월로 유예되었다. 여기서 논란은 우선 내부의 대표자들로부터 동의를 거치지 못한 채 위원장 직권으로 상정된 안이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분열이 아닌 ‘단결’, ‘진보대연합정당 건설’이라는 당위만 넘쳐나고 각각을 어떻게 구현해낼지 구체적인 경로나 계획이 부재하다는 데 있다. 더욱이 정치방침이 호출하는 집단은 진보정당뿐 아니라 “민중세력” “민주세력” 등 사실상 모든 ‘진보’정치세력을 포함한다. 이것은 새로울 것 없는 ‘민주대연합’이다. 이러한 연합전술은 선거 때마다 후보단일화, 중도사퇴론, 진보정당 양보론 등 다양한 판본으로 진보정당과 사회운동을 뒤흔들었고 진영논리를 강화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반성적 평가나 성찰 없이 ‘대연합’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그동안 다양한 선거에서 사회운동이나 진보정당이 민주대연합이나 진보대연합을 주장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이유는 이를 통해 집권한 ‘민주세력’(또는 반보수세력)이 사회경제적 개혁을 추진하고 시민의 삶, 민주주의를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거에서 대연합은 항상 민주당으로의 힘의 결집을 뜻했고 진보정당은 민주당이 허락한 소수의 영역에서만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 그런데도 연합전술이 힘을 얻고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연합전술의 중핵에 1987년식 민주화 서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연합은 가치에 대한 최소주의적 합의를 기반으로 특정 정치세력을 정치무대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민주 대 반민주’ 논리에 기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연합은 선거 때마다 ‘보수’정치세력 심판을 위해서만 작동해왔다. 일례로 2010년 지방선거에서의 ‘반MB 야권연대’가 있었고 그 절정은 2012년 대선이었다. 노골적으로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진보정당 후보들이 대다수 중도 사퇴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이하면서 탄핵촛불집회와 거리를 두던 사회운동 내에서도 윤석열 심판론이 득세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민주노총이 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대연합은 결국 민주화 서사의 자장 안에서 반윤석열연합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짙다.
분명한 것은 아무런 대안도 없는 반윤석열이라는 지향이 진보정치세력 단결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연합에 앞서 우리는 다음의 질문에 충분히 답해봐야 한다. 진보정치세력들은 다양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무엇으로 ‘함께 진보’인지, 서로 간 국내외 정세에 대한 입장을 충분히 토론하고 있는지, 지난 진보정당 운동과 연합정치의 실패에 대한 평가는 충분히 논쟁되고 합의되었는지 등이다. 앙상한 당위에 따라 대연합을 시도하기보다 여러 진보정치세력 간 암석처럼 굳어진 차이를 직면하고 논쟁하는 것이 진보정치세력에 그리고 우리 사회에 더 이로울 것임은 자명하다.
김건우 참여연대 정책기획국 선임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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