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59] 샴페인
미국 싱어송라이터 버티 히긴스의 데뷔 앨범 수록곡인 이 노래는 달콤한 우수를 담은 서정성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에서 미국 시장보다 오히려 큰 반향을 얻었다. 7080 세대의 톱 뮤지션이던 최헌과 전영록이 번안해 부른 사실 하나만으로 이 노래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난 당신과 사랑에 빠졌어요/깜빡이는 불빛 아래/드라인브인 극장 뒷줄에서/영화 ‘카사블랑카’를 보면서요/길고 뜨거운 여름밤 사랑을 나누면서/별빛 아래서 먹는 팝콘과 콜라는/샴페인과 캐비아가 되었죠(I Fell in love with you/watching Casablanca/Back row of the drive in show/in the flickering light/Popcorn and cokes beneath the stars/became champagne and caviar/Making love on a long lot summer night).”
노래의 서주와 함께 시작되는 가사를 들으면 이 노래의 ‘카사블랑카’는 모로코의 유명한 관광도시가 아니라 그 도시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할리우드 클래식 영화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험프리 보거트와 잉그리드 버그먼이 열연을 펼친 이 흑백영화에는 발포성 와인의 대명사이자 지구상 모든 술 중의 여왕으로 대접받는 샴페인과 관련한 가장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Here’s lookin’ at you, kid.)’ 상처를 남기고 떠난 연인이 이국의 항구에서 다른 남자와 함께 나타났을 때 아픔을 감추고 샴페인을 권하면서 담담하게 읊는 남자 주인공의 대사.
샴페인은 파리에서 한 시간여 떨어진 프랑스 북동부의 지명인 샹파뉴의 영어식 발음이다. 오직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발포성 와인에만 이 이름을 쓸 수 있다. 값비싼 이 와인들은 성공과 명예, 존중과 축하의 상징이 되었다.
최근 벨기에 세관이 국제샴페인위원회(CIVC)의 요청에 따라 미국의 유명한 맥주 브랜드인 밀러의 대표 제품 ‘밀러 하이라이프’ 2352캔을 압류해 폐기 처분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다. 이 맥주에 표기된 ‘맥주계의 샴페인(The Champagne of Beers)’이라는 문구가 EU의 원산지 명칭 보호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샴페인은, 샴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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