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노래가 된 소월의 시

기자 2023. 4. 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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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와 철쭉의 계절이다. 봄 산을 뒤덮은 꽃을 보면 너무 붉고 예뻐서 비현실적이다. 그 사이에 언제나 소월이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소월처럼 노래가 된 시를 많이 쓴 시인은 없다.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정미조의 ‘개여울’(사진)은 아름다운 시어와 감성적인 목소리가 어우러져 듣는 이를 주저앉게 한다. 원래는 정미조에 앞서 김정희가 불렀다.

동요로 만들어진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역시 슬픔이 뚝뚝 떨어진다. 희자매 역시 “실버들을 천만사 늘어놓고/ 가는 봄을 잡지도 못한단 말인가/ 외로움이 아무리 아쉽다기로/ 돌아서는 님이야 어이 잡으랴”(실버들)라고 노래해 듣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작곡가 손석우는 소월의 시 9편을 노래로 만들었다. ‘진달래꽃’부터 ‘못잊어’ ‘먼 후일’ 등 유명 시다. 박재란이 불렀다는 ‘진달래꽃’은 앨범이나 악보를 찾을 수가 없다. 대신 마야가 불러 히트한 ‘진달래꽃’이 있을 뿐이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유주용이 처음 부른 ‘부모’는 십수년 동안 수많은 가수가 리메이크를 해서 불렀다. 특히 5월8일 어버이날 전후로 방송 프로그램에 자주 나오는 노래다.

소월의 시로 만든 노래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활주로가 해변가요제에서 부른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와 그룹 라스트포인트의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도 들을수록 절창이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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