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자영업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김문겸 숭실대학교 명예교수, 전 중소기업 옴부즈만 2023. 4. 24.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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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마저 매출이 줄어 포장지 주문이 줄어든다네요." 폴리에틸렌 포장지를 납품하는 연매출 5억원짜리 사장이 그제 한 말이다.

2022년 말 기준 자영업자 빚이 1020조원,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이 다중채무자다.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 인상폭인 3.0%포인트 정도 대출금리가 인상됐다면 자영업자 1인당 평균 이자부담액이 724만원 늘어난다고 한다.

자영업자가 어렵다는 말은 적어도 우리 국민 2명 중 한 명은 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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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겸교수(전 중소기업 옴부즈만)

"라면마저 매출이 줄어 포장지 주문이 줄어든다네요." 폴리에틸렌 포장지를 납품하는 연매출 5억원짜리 사장이 그제 한 말이다. 2022년 말 기준 자영업자 빚이 1020조원,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이 다중채무자다.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 인상폭인 3.0%포인트 정도 대출금리가 인상됐다면 자영업자 1인당 평균 이자부담액이 724만원 늘어난다고 한다. 코로나 시절을 거치면서 정부의 지원에 기대어 살던 대부분 자영업자는 대출금리가 오르자 자신들의 가처분소득 여유분이 돌연 사라지고 있다고 느낀다. 자영업자는 소득을 창출하는 동시에 소득의 대부분을 지출하는 소비자다. 라면 소비가 준다는 말은 소득의 여유분마저 사라진 자영업자가 라면 먹는 것조차 줄이고 있다는 예기도 된다.

우리나라 소상공인은 대기업을 망라한 전체 690만 사업체의 94%를 차지하고 고용의 44%를 담당한다. 그리고 소상공인은 자영업자이기도 하다. 소상공인은 대기업, 중소기업과 상대되는 개념으로 사업규모가 이들을 나누는 기준이고 자영업자는 자신 스스로를 고용하며 동시에 다른 사람을 고용하는 사업자로 고용형태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자영업자가 어렵다는 말은 적어도 우리 국민 2명 중 한 명은 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들을 지원하는 기관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나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예년에 비해 지원금을 늘리고 있으나 자금을 타내기 위한 경쟁률은 사상 최고라고 한다. 나라 빚도 1068조원에 육박해 정부도 더이상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자영업자는 어쩌란 말인가.

지금 자영업자가 당면한 문제의 근원은 2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구조적인 문제다. 대기업 위주의 일자리, 노동경직성 등 한 번 기업에서 밀려나온 인재는 기업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구조를 형성했다. 따라서 다시 기업에 취업할 수 없는 인재가 자영업으로 몰리고 이러한 경향은 많아도 너무 많은 자영업자 현상의 원인이 됐다. 너무 많은 자영업자 현상은 과도한 경쟁과 장사가 되는 업종에 모두가 몰려드는 쏠림현상으로 나타난다. 두 번째는 경기 순환이 일으키는 문제다. 지금같이 고금리가 원인이 된 경기침체기는 적어도 연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그런데 이 2가지 문제는 자영업자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 대부분 자영업자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 바라기를 하며 경기가 좋아지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이제까지 경험을 보라. 정부는 만능이 아니며 더욱이 지금 상황에서 빚 많은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도 없다. 또한 기다리다 문을 닫는 경우가 다반사다.

자영업자는 스스로 도울 수밖에 없다. 적어도 올 한 해는 죽지 않고 버텨야 한다. 맛만 있으면 구석에 있어도 손님이 몰려들어 대박집이 된다. 혁신은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영업자도 변화를 꾀해야 한다. 늘 끓이는 국수도 재료를 바꾸면, 불 조절을 어떻게 하면 더 맛이 좋을까 고민해야 한다. 사방이 막혀 있어도 끊임없이 탈출을 고민해야 탈출할 기회가 생긴다. 지금 하는 일을 더 낫게, 더 좋게 바꿀 것인가 고민을 시작하는 것이 스스로를 돕는 첫걸음이다.

김문겸 숭실대학교 명예교수, 전 중소기업 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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