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기회비용 늘리는 ‘1호 영업사원’
바이든과 회담 앞둔 尹 대통령
‘대만해협’ 발언에 中 강한 불만
현지 진출 기업들 불확실성 커져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에서 문장을 더하려 하는 자는 그가 누구이든지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미국 등 서방은 대중국 외교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Policy)’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은 대만과 단교 후인 1979년 4월 대만 관계법을 제정해 대만과 통상과 문화교류 관계를 유지할 근거를 마련했고, 1982년에는 대만에 6가지(6개 보증)를 약속했다.
6개 보증은 미국은 대만 무기수출에 기한을 정하지 않고, 무기를 수출하는 데 중국과 사전 협상하지 않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중재자 역할을 하지 않으며, 대만관계법을 수정하지 않고, 대만 주권에 대한 일관된 입장을 바꾸지 않고, 대만에 중국과 협상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이 중국을 대표한다는 것까지는 인정하지만 중화민국(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 관계가 좋았을 때는 하나의 중국에 대한 원칙과 정책의 차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엄밀히 말해 중국이 미국의 국력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대만 독립을 주장하던 리덩후이(李登輝) 대만 총통이 1995년 6월 모교인 미국 코넬대를 방문해 연설했을 때다. 당시 장쩌민(江澤民) 주석은 7월 대만 인근 해역에서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는 등 수차례 도발했다. 다음해 3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중국은 푸젠성에 중국군 12만명을 집결시키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미국은 니미츠호와 인디펜던스호가 이끄는 2개 항공모함 전단을 대만해협에 급파했다. 중국은 상륙훈련만 진행한 뒤 병력을 철수시켰다. 중국이 미국의 군사력에 굴복한 것이다.
미국에 비견될 만큼 경제력과 군사력이 성장하자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미국은 중국 견제에 나섰고, 그 중심에 대만이 놓였다.
2018년 미국과 대만 고위공직자가 자유롭게 상대 국가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대만 여행법을, 2020년엔 대만에 대한 군수품 판매 상시화,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 지지 등을 골자로 한 대만보증법 등을 잇달아 제정해 중국을 자극했다. 2020년 8월엔 대만과 단교 이후 행정부 최고위급 인사인 보건사회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8월엔 당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방문해 중국이 극렬 반발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이 위협받자 중국은 국제사회에 “대만은 중국 영토의 나눌 수 없는 일부로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불타 죽을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하고 있다.
간극이 벌어지기 시작한 중국의 원칙과 미국의 정책 사이에 한국이 끼어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만해협에 대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며 미국에 동조했다. 중국은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불용치훼’(不容置喙)로 맞받아쳤고 한국 정부는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하는 등 공방을 벌였다.
한국이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 대신 앞장서서 칼을 든 모양새다. 윤석열정부는 문재인정부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정책을 중국에 대한 ‘굴욕 외교’로 평가하고 있다. 대신 미국과의 ‘동맹 외교’에 방점을 찍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지만 굳이 중국과 척을 져 발생할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다. 미국과 일본에 올인하는 윤 정부의 ‘모 아니면 도’식 ‘맹목 외교’는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연착륙 전략도 보이지 않는다.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최근 중국을 찾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광둥성 광저우 소재 LG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했다. 2012년 집권 후 한국 기업 방문은 처음이다.
중국과 관계 개선의 흐름이 나타났지만 한국의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 대통령의 발언에 양국 간 교류 확대는 힘들어질 것이란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 대책도 마땅찮다. 윤석열정부가 끝나더라도 중국과 교역을 이어 가야 하는 것이 진짜 영업사원이 있는 기업들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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