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성적표 앞두고…고개 숙인 美 빅테크

박종화 2023. 4. 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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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피니티브 "기술기업, 지낸해보다 매출 14%↓"
'광고 부진' 메타 매출 감소 우려…'선제 감원' 아마존은 선방 전망
빅테크가 끌어온 美 증시 회복세, 흐름 바뀌나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이번 주 미국 주요 빅테크의 1분기 실적이 발표된다. 대부분 실적 부진을 겪으며 대규모 감원을 추진하고 있어 올해 첫 성적표에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AFP )

고금리·경기 위축에 실적 위축 전망 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알파벳(구글 모회사)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25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26일에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가, 27일엔 아마존이 성적표를 공개한다. 애플은 다음 달 4일로 실적 발표를 일주일 늦췄다.

시장에선 빅테크 실적이 지난해보다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정보회사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술 기업과 통신 서비스 기업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4%, 12%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 기조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여파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진 데다가 경기가 위축하면서 클라우드·소프트웨어·온라인 광고 매출도 감소하고 있다. 전통적인 기업과 비교하면 기술 기업은 매출에 비해 투자 등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금리 상승·매출 감소에 특히 취약하다. 이 때문에 대부분 빅테크들이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줄여왔다.

빅테크 가운데 메타는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1.0% 뒷걸음칠 것으로 우려된다. 메타는 지난해 2분기부터 매출 감소세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핵심 수입원인 온라인 광고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틱톡 등과의 경쟁 심화로 매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공을 들였던 메타버스 관련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도 실적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

MS와 알파벳의 매출은 각각 3.4%, 1.2%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 성장세는 유지, 체면치레는 했지만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기세가 크게 꺾였다. 각각 주력 사업으로 꼽히는 클라우드 시장과 온라인 광고 시장 상황이 예전만 못한 탓이다. MS의 경우 인공지능 회사 오픈AI에 대한 투자는 투자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지만 아직 성과를 거두기엔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아마존은 빅테크 가운데 상대적으로 호실적이 기대되는 기업으로 꼽힌다. 아마존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플레이션 등으로 전자 상거래 매출은 감소세지만 클라우드·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경쟁사에 비해 선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빅테크보다 일찌감치 감원에 나서 인건비 등을 절감한 것도 투자자들에겐 호평을 받았다.

‘시장 기대 과해’ vs. ‘금리·실적 악재 이미 반영’

전문가들은 이번 주 빅테크 실적이 뉴욕 증시 흐름을 바꾸는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초부터 빅테크가 증시 상승세를 견인했기 때문이다. 올해 각각 27%와 19% 증가한 애플과 MS는 3월까지 S&P 500의 전체 상승폭(약 7.5%)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빅테크가 시장 전망을 웃돌거나 밑도는 실적을 공개하면 투자 심리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제시 코헨 인베스팅닷컴 수석 애널리스트는 “(빅테크의) 이익과 매출 성장률, 실적 전망 변화에 따라 현 시장에서 상승세가 만들어지거나 꺾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는 금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호실적과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지적한다. 맥스 바서만 미라마캐피탈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빅테크 주가 상승에 대해 “시장은 연준이 (통화 긴축) 정책을 뒤집을 것을 예상하고 금리 상승기에도 수익 대비 주가 비율을 높게 잡고 있다”며 “이것은 잘못된 가정”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연준이 정책 전환이 늦어지면 빅테크의 현금 흐름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반면 금리 인상과 실적 악화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로버트 스팀스 오크어소시에이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술주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내며 “기술주는 지난해 매우 크게 조정받았고 인력 조정과 긴축을 받아들이면서 불황에 대해 이미 (주가가) 할인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종화 (be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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