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수신 금리 인하에도 나 홀로 인상하는 저축은행…왜?
금융 부실에 자금 이탈 막기 위한 조치
전문가, 금융불안 속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불가피한 인상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최근 은행권의 수신 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저축은행들이 예적금 등 수신 금리를 다시 올리고 있다. 최근 저축은행에 대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사태)'을 부추기려는 가짜 정보 '지라시(시중유언을 모은 정보 소식지)'가 나오는 등 불안심리가 커지자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은 이날부터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0.7%포인트 올려 연 4.2%에 제공한다. OK저축은행은 지난 3일에도 정기예금 금리를 0.3%포인트 올렸다.
웰컴저축은행도 지난 20일 정기예금 금리를 0.3%포인트 올려 1년 만기 상품을 연 4.4%에 판매하고 있다.
통상 저축은행은 은행권 예금금리보다 0.8∼1.0%포인트 높은 금리를 제공해 고객들의 예·적금을 유치한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6%대 예금 특판 상품을 출시하며 조달 비용이 상승하자 수신금리를 지속해서 낮춰왔다.
최근 저축은행권의 이같은 수신금리 상승세는 '뱅크런'을 부추기려는 가짜 정보 '지라시'가 나오는 등 소비자 불안 심리가 커지자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2일에는 웰컴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서 1조 원대 결손이 발생해 이들 은행 계좌가 지급 정지될 예정이라는 내용의 '지라시'가 저축은행 업계를 흔들었다. '잔액 모두 인출 요망'이라는 안내까지 붙은 지라시는 빠르게 퍼져나갔고 해당 저축은행은 물론 저축은행중앙회와 금융당국까지 나서 해명을 하며 진땀을 뺐다.
은행권 관계자는 "SVB 파산과 국내 PF 부실화를 경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근거 없는 소문이 확대 재생산되고 과도한 위기감을 조성하는 것은 금융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신 금리 인하로 최근 저축은행의 금리 매력도가 떨어지자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수신 규모(잔액 기준)은 지난 2월 말 기준 118조9529억 원으로 전월(120조7854조 원)보다 1조8325억 원 줄었다.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지난해 1월(104조3860억 원)부터 같은 해 11월(121조3572억 원)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12월 120조2384억 원으로 집계되며 상승세가 꺾였다. 올해 1월 120조7854억 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지난달 다시 하락 전환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간에 예금금리 차이가 크지 않자 금융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한 시중은행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과 반대로, 최근 은행권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지속해서 수신금리를 내리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지난 22일부터 정기예금 금리를 0.1%포인트 인하해 1년 만기 상품에 대해 연 3.4% 금리를 제공한다. 앞서 케이뱅크 역시 이달 코드K 정기예금 금리를 0.1%포인트 내렸으며 1년 만기 상품의 금리는 연 3.6%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도 기준금리(3.5%)와 같거나 낮아졌다.
최근 저축은행 연체율 증가도 고객 자금 이탈을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총여신 연체율은 3.4%로 전년(2.5%) 대비 0.9%포인트 상승했으며,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4.1%로 전년(3.4%) 대비 0.7%포인트 올랐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지수도 2018년 123.1에서 2022년 3분기 기준 249.8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경제 전문가는 금융불안 속 예금을 많이 모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저축은행이 더 많은 고객 유치를 위해 불가피하게 예금 금리를 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은행에 대출금리 인하를 많이 요구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내리면서 예금금리도 같이 내려갔다. 우리나라 평균 은행의 예대 마진이 1.5% 정도밖에 안 된다"면서 "은행 이자 수익의 90%가 예금 이자 수익이기 때문에 저축은행은 뱅크런,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 속에 예금을 많이 모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고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예금 금리를 불가피하게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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