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나만 못샀나” 20조 빚투…금감원 “과열 주시”

이은정 2023. 4. 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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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거래융자 잔고, 약 10개월 만에 20조 넘어
급등 랠리 코스닥 잔고 '훌쩍'…2차전지株 쏠림
"개인 비중 높은 증권사, 추가 중단조치 가능성"
신용융자 고비중 종목 유의…금감원 "빚투 주시"

[이데일리 이은정 최훈길 기자] 코스닥과 2차전지 랠리 속에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로 활용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약 10개월 만에 20조원을 넘어섰다. 증권사들은 신규 대출 중단에 나선 가운데 개인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의 조치에 눈길이 쏠린다. 최근 신용잔고가 높은 종목들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이 부각돼 유의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빚투 과열 양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20일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조2863억원에 달했다. 빚내서 투자하는 신용융자잔액이 증가한 종목은 포스코홀딩스, 에코프로비엠 등 2차전지 관련주였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신용융자 잔고 20兆…코스닥 2차전지 집중 쏠림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총 20조286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이후 이달 19일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주식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신용거래융자란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빚 투자 규모를 의미한다. 코스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0조4618억원으로, 코스피 잔액(9조8245억원)보다 많다. 코스닥 잔액은 지난달 8일 이후 코스피를 넘어서고 있다.

올해 신용융자 잔액은 대부분 코스닥 중심으로 불어났다. 금투협에 따르면 20일 기준 코스닥은 지난해 말(2022년 12월30일) 7조7609억원에서 9조6199억원으로 24.0% 늘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신용융자잔액은 8조7577억원에서 9조742억원으로 3.6% 늘었다.

지난해 조정장을 겪던 국내 증시가 올해 들어 반등세를 이어가면서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우상향을 그렸다. 특히 코스닥의 상대적 강세가 두드러졌다.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연초 이후 코스피가 14.61% 오르는 동안, 코스닥은 30.39% 뛰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에서 기관과 외국인이 동반 순매도한 가운데 개인은 5조8810억원을 사들이며 수급을 이끌었다.

특히 2차전지에 대한 개인의 수급 쏠림 현상이 부각됐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에코프로(086520)는 이 기간 중에 491.26%, 에코프로비엠(247540)은 219.22%, 엘앤에프(066970)는 78.67% 늘어나며 코스닥 내 덩치가 크게 불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신용융자 급증 배경에 대해 “2차전지 주가 상승률이 컸기 때문에 돈을 빌려서 주식을 사도 그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했다”며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나만 뒤처진다는 불안)’ 현상까지 겹쳐 과열 양상이 나타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대출 중단 나선 證…당국 “빚투 과열 예의주시”


증권사들은 급증하는 빚투를 막기 위해 잇따라 대출 중단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1일부터 신용융자 신규 매수, 주식·펀드·주가연계증권(ELS)·채권 등 예탁증권담보 신규 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키움증권은 신용융자 대용비율을 40~55%에서 30~45%로 줄여 빚투 관리에 나섰다.

앞으로 개인 비중이 높은 증권사를 중심으로 추가 브레이크를 걸 가능성도 있다. 증권사 한 임원은 “개인 비중이 높거나 공매도와 연관 있는 증권사의 경우 수급을 줄이려고 할 수 있다”며 “다만 코로나19 이후 증시가 급상승했을 때 증권사별로 융자나 담보 대출이 많았지만 그때보다는 여유가 있다. 대출 비율이 몇 개 증권사 외에는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여서 몇 군데에 쏠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신용잔고가 높은 종목들의 변동성을 유의하란 의견이 제시된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닥 하방 압력은 신용잔고율이 높은 종목군에 집중되는 모습”이라며 “테슬라의 실적 부진에 코스닥은 2차전지 밸류체인을 필두로 신용융자 비중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실현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2차전지 대형주보다는 실제 사업적으로 연관성이 없는데, 사업 목적을 추가해서 ‘작전’을 하는 종목들이 문제가 되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고 전했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익추정치의 지속적인 하락과 급등한 밸류에이션 높아진 신용융자는 부담”이라며 “닷컴 버블의 여파가 있던 2000년을 제외하고 코스닥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를 초과한 것은 2018년 1월과 2021년 1월 두차례다. 20배에 근접한 모든 경우에 조정을 겪었기 때문에 현 시점도 주의할 때”라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은 빚투가 눈덩이처럼 불어날지 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4개 증권사, 금융투자협회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신용융자 이자율,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 대차거래 수수료 체계를 검토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빚투 과열 양상이 되지 않도록 예의주시하며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은정 (lejj@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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