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고성연수원, 교육·연수 목적 무색…'콘도' 전락
지난해 전체 이용자 중 교육·연수 목적 7.4%…휴양 76.4%
30억 원 안팎 혈세…2017년 건립 이후 지난달까지 공실률 50%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매년 약 30억 원의 운영 예산이 쓰이는 국회 고성연수원이 휴양 목적으로 쓰이는 비중이 높아 의회인재 개발과 국회 구성원에 대한 교육 훈련의 목적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휴양 목적 이용자는 국회 구성원으로만 한정돼 '특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팩트>가 국회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올해와 최근 3년(2020~23년)간 고성연수원 이용 실태 현황을 살펴보면, '휴양 목적' 사용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올해 2월까지 전체 이용자 7670명 가운데 '교육·연수' 목적 이용자는 783명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2%다. '일반예약'은 6367명(83.1%), '대외협력'은 509명(6.6%)이었다.
여기서 일반예약은 휴양 목적, 대외 협력은 인근 군부대와 지역 주민들이 연수원 내 일부 시설을 사용한 것이라는 게 고성연수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국면에서 일상 회복이 가속함에 따라 올해 고성연수원 이용자 수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전체 이용자 4만6542명 중 교육·연수 목적 이용자는 3456명이다. 전체 비중의 7.4%를 차지했다. 휴양 목적 이용자는 3만5561명으로 전체 비중의 76.4%에 해당한다. 대외협력 사용 비중은 16.1%(7525명)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연수원 운영을 중단한 기간(1월1일~4월24일)을 뺀 수치다.
2021년 전체 이용자 1만4465명 가운데 교육·연수 목적 이용자는 468명(3.2%)명, 휴양 목적 이용자는 0명이었다. 대신 대외협력 비율은 96.7%(1만3997명)에 달했다. 고성연수원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했을 때 연수원은 생활치료센터로 이용됐고, 고성에 산불이 크게 나면 이재민 피난처로도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2020년에는 교육·연수 목적 이용자 수는 1979명(6.6%), 휴양 목적 이용자는 2만7370명(91.7%)이었다. 전체 이용자는 2만9831명이다. 2020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체 이용자 9만8508명 중 휴양 목적 이용자는 전체 70%에 해당하는 6만9309명이다. 일반예약을 받지 않은 2021년을 제외하면 휴양 목적 이용자 비중은 82.4%까지 치솟는다. 교육연수 목적 이용자(6686명·6.7%)보다 무려 10배 이상 많다.
국회의원들의 고성연수원 이용률은 저조하다. 그마저도 휴양 목적 활용도가 높았다. 2020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회의원 이용 건수는 모두 385건으로, 교육·연수 이용 건수는 47건(12.2%)에 불과하다. 휴양 목적 이용 건수는 338건(87.8%)이다. 여당 소속 한 보좌관은 "국회 의원회관에도 규모별 회의실이 있는데 이곳에서 토론회 등 행사가 자주 열린다"고 말했다.
384억 원의 예산을 들인 고성연수원은 2017년 3월 개원했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 일대 23만3588㎡의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지어졌다. 350석 규모의 대강의실과 중·소강의실, 시청각실 등 교육시설을 비롯해 82실 규모의 숙박시설과 부대시설, 체육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최근 고성연수원 이용실태를 살펴보면, 교육·연수가 활성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3년 간 교육·연수 목적으로 한 이용률이 한 자릿수이기 때문이다. 애초 고성연수원이 국회의원과 국회 소속 공무원들의 교육과 연수 활동을 위해 건립됐으나, 사실상 가족모임이나 휴양을 위한 '콘도'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일반 시민은 숙소를 이용할 수 없다. 고성연수원 이용 대상은 전·현직 국회의원과 국회공무원, 국회 소속 무기계약근로자·기간제근로자·인턴, 10년 이상 재직 후 퇴직한 국회 공무원 등이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회 직원 수는 이달 1일 기준 5675명이다. 국회 직원들만의 특혜이자 시민들로서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꼼수'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예약신청자 본인(의원·국회 직원)과 그 가족이 숙소를 사용할 수 있는데, 온라인상에서 '친구 찬스' '지인 찬스'로 고성연수원을 이용했다는 글들이 있다. 숙소는 20평으로 방·화장실 각 2개와 거실, 주방 등이 있으며 일일 요금은 3만 원이다. 웬만한 숙박업소보다 저렴하다. 고성연수원 관계자는 "신청권자가 타인에게 숙소 이용을 양도할 수 없고, 입실할 때는 철저하게 이용자들의 신분증을 검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휴양 목적의 쓰임이 강한 강원연수원에 투입되는 예산 규모는 꽤 크다. 올해 예산은 31억600만 원이다. △2020년 31억1900만 원 △2021년 28억2300만 원 등 매년 30억 원 안팎의 예산이 쓰인다. 교육·연수 이용자 비중이 10%대도 되지 않는 가운데 해마다 혈세가 투입되고 있다. 고성연수원 측에 따르면 개원 이후 지난 3월까지 공실률은 50%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회의 김삼수 정책실장은 "교육·연수 시설 목적에 맞게 고성연수원이 운영되는 게 시급하다"며 "국회의원이나 국회 직원들이 입법 활동이 필요한 교육을 많이 받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수원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국민에게도 시선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다각도로 모색해 볼 때"라고 덧붙였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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