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70주년에 생각하는 대통령 국빈방문 의미 [안호영의 실사구시]
편집자주
국제시스템이 새로운 긴장에 직면한 이 시기 우리 외교의 올바른 좌표 설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40년간 현장을 지킨 외교전략가의 '실사구시' 시각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
더 중요해진 과학기술 초강대국 미국과의 협력
윤 대통령, 안보·과기 협력 동시에 이루길 기대
10년 전인 2013년, 필자는 주미 대사로 워싱턴에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 미국은 한미 동맹이 '환갑'을 맞았다고 대대적인 기념식을 준비했다. 7월 27일 한국전 기념비 근처에서 거행된 기념식에는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수천 명의 한·미 인사들이 운집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을 통하여 한국전은 '잊힌 전쟁'이 아니라 '잊힌 승리'였다고 선언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로부터 10년 동안 우리는 심대한 변화를 체험하였다. 당시에는 자유민주주의 등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가 견고한 것으로 보였다. 이러한 가치와 질서는 현재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배태한 미국 등 서구 국가의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이다. 사회적·인종적 편견, 극우주의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중요 산업의 '리쇼어링'을 위해 노력하는 미국은 자국중심적 경제 운용으로 반도체, 배터리 등 우리나라 주요 산업에 심각한 어려움을 안기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 과학기술의 숨 가쁜 발전이다. 특히 인공 지능과 머신러닝은 본질적으로 자기 생성적 기술로, 이것이 현재 발전하고 있는 양자 컴퓨팅과 결합하여 많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다른 한편 이것이 잘못 사용될 경우 인류가 맞게 될 파국적인 시나리오에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러한 심대한 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한미동맹은 어떻게 적응해야 하나? 먼저, 지정학적 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정부는 작년 말 발표한 '인도·태평양 정책'을 통하여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를 바탕으로 우리 외교·안보·경제 정책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올바른 대응이었고, 한미 동맹도 그러한 방향으로 재해석하고 운용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이와 함께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양국 관계 강화·발전이 한미 동맹의 다른 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과기 분야에서의 협력은 양국 관계에서 꾸준히 강조되어 왔다. 미국은 많은 국가와 과기 위원회를 운용하고 있는데, 장관급에서 회의를 갖는 나라는 많지 않고, 그중 하나가 우리나라이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과학기술의 가속적 발전과 그것이 제기하는 가능성과 위협을 고려할 때 이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분야는 또한 양국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을 갖고 있다. 모든 나라가 과학기술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나, 미국이 갖고 있는 경쟁력을 능가할 나라는 현재로서는 없다. 그런데 이러한 진전을 생산 현장에 접목시켜 제품의 기능, 그리고 수율을 비약적으로 제고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쌓아 온 경험은 미국이 '리쇼어링'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 강화의 효과는 비단 경제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이 '리쇼어링'에 적극적인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 가져다 줄 국내 정치적 안정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인공지능, 머신러닝,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는 지정학적 이유에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12년 만에 국빈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북한의 미사일·핵무기 개발, 전술핵 훈련, 그리고 계속되는 핵 사용 위협으로 우리 국민들의 확장 억제력에 대한 신뢰가 영향받고 있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미국의 자국중심적 경제 운용에 대한 우려도 심각하다. 윤 대통령이 이런 당면한 문제와 함께 과학기술 협력 강화에서도 좋은 진전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경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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