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스 vs 먼로, 2옵션 외인대결도 변수될까?
올시즌 프로농구 최후의 주인공을 가릴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이 드디어 막을 올린다. 마지막 무대에서 맞붙을 주인공은 최근 신흥 라이벌로 떠오른 안양 KGC인삼공사와 서울 SK다. 두 팀은 지난 시즌에도 챔피언 자리를 놓고 격돌한 바 있다. 당시에는 정규리그 우승팀 SK가 한수 위의 전력을 앞세워 4승 1패로 시리즈를 마감짓고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김선형, 안영준, 최준용의 토종 빅3에 득점머신 자밀 워니가 이끄는 SK의 힘은 어떤 팀도 당해내기 힘들었다. 물론 KGC에는 현재의 인삼군단을 만들어낸 리그 최고 명장 김승기 감독이 버티고 있었다. 김감독은 부상을 당한 1옵션 외국인선수 ‘플라잉 스팸맨’ 오마리 스펠맨(25‧206cm)을 거의 쓰지못하는 상황에서도 팀을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려놓았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스펠맨이 어렵사리 돌아왔으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고 결국 아쉽게 분패하고말았다. 스펠맨없이 싸우느라 주축 선수들의 체력도 바닥이 나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올시즌은 다르다. SK는 안영준이 군입대 해결을 위해 잠시 팀을 떠났고, 최준용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사실상 빅3가운데 김선형만 남았다.
반면 KGC는 주전 슈터 전성현이 FA로 떠나기는 했으나 배병준을 영입해 어느 정도 공백을 메워냈다. 거기에 스펠맨이 비교적 건강한 몸상태를 유지했던지라 시즌내내 안정된 전력으로 1위를 유지한 끝에 정규시즌 우승까지 차지할수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아시아쿼터를 통해 들어온 필리핀 선수 렌즈 아반도(25‧188cm)가 어지간한 단신 외국인선수못지않은 기량을 보여주며 전체적 팀파워는 지난시즌보다 더 강해졌다는 평가다. 김승기 감독의 공백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KGC는 가만히 놓아두어도 알아서 잘 굴러가는 팀이다.
이미 전력적으로 완성도가 높으며 거기에 더해 양희종, 오세근 등 고참급들의 리더십은 어지간한 코치급 이상이다는 평가다. 프랜차이즈 스타계보를 잇고있는 문성곤의 기량도 절정에 달해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KGC가 앞선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정규시즌 막판부터 이어지고있는 SK의 상승세를 감안했을 때 일방적인 승부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큰 경기에서는 팀내 주포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무리 다른 선수들이 잘해도 중심이 되는 선수가 선두에서 경기를 이끌어야만 제대로된 위력을 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KGC 스펠맨과 SK ‘잠실 워니’ 자밀 워니(29‧199cm)의 1옵션 외국인선수 대결은 우승의 향방을 가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물오른 득점력을 바탕으로 리그 1, 2위를 다투는 화력을 뽐내고 있는지라 누구의 손끝이 뜨거우냐에 따라 양팀의 경기력 자체가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4강전에서 워니의 플로터는 거리와 상황을 가리지않고 마구 폭발하며 LG 수비진을 무력화시켰다. 스펠맨 또한 내외곽을 오가며 다양한 방식으로 득점하며 캐롯의 돌풍을 잠재웠다.
그런 가운데 양팀의 2옵션 외국인선수인 KGC 대릴 먼로(37‧197cm)와 SK 리온 윌리엄스(36‧ 197cm)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가고 있다. 양팀에 워낙 확고한 1옵션 선수가 있는지라 상대적으로 가려져있는 면이 많지만 코트 안팎에서 모범적이고 성실한 모습을 유지하며 보이지않는 공헌도가 크다는 분석이다.
먼로와 윌리엄스는 적지않은 나이로 인해 육체능력이 많이 떨어졌고 그로인해 기량 또한 예전같지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노리는 두팀에서는 양 선수와 모두 재계약을 체결해 올 시즌도 함께 하고 있다. 선택의 폭을 좀 더 넓게 가져가면 그들보다 젊고 경기력적인 측면에서도 더 나은 2옵션 외국인선수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일단 출장시간은 타팀 2옵션 외국인선수들과 비교해도 짧은 편인지라 기록적인 면에서는 별반 눈에 띄는다. 윌리엄스는 정규시즌 45경기에서 평균 8분 57초를 뛰며 경기당 4.9득점(전체 81위), 2.9리바운드(61위), 0.4어시스트(135위)를 기록했다. 먼로 또한 48경기에서 평균 10분 33초 동안 경기당 4.4득점(전체 92위), 3.4리바운드(49위), 1.3어시스트(63위)의 성적을 남겼다.
숫자적인 부분만 놓고봤을 때는 외국인선수의 기록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어지간한 토종선수보다도 떨어지는 성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베테랑에게는 기존 2옵션들과 차별화되는 자신들만의 확실한 장점이 있었고 그로인해 여전히 우승권팀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게 가능했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그냥 재계약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윌리엄스는 KBL을 대표하는 장수 외국인선수중 한명이다. 2012년 외국인드래프트에서 18순위로 고양 오리온스에 지명된 이후 KGC, kt, DB, KCC, 현대모비스, LG 등 다양한 팀을 거쳐왔다. 그를 대표하는 수식어중 하나는 '무난하다'이다. 특별히 눈에 띄게 잘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게 떨어지지도 않는다. 리바운드 쟁탈전을 비롯 스크린, 몸싸움 등에서 적극적이다. 팀플레이에 성실히 참여하는 선수답게 포스트 인근에서의 받아먹기나 미드레인지에 능하다.
먼로는 윌리엄스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윌리엄스가 적지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코트에 나서게되면 최대한 자신의 에너지 레벨을 끌어올리는 타입이라면 먼로는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한 패싱센스가 돋보인다. 워낙 영리하고 노련하게 플레이를 하는지라 ‘포인트 빅맨’이라고 불릴 정도다.
팀 입장에서 둘의 최대 장점은 출장시간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점이다.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각팀마다 1옵션의 출장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스펠맨, 워니같은 젊은 에이스는 더욱 그렇다. 그런 과정에서 행여나 자존심 세고 출장 시간에 욕심많은 선수가 2옵션으로 오게되면 마찰이 일어난 공산이 높아진다.
KCC시절 팀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리카르도 포웰이 대표적이다. 처음부터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해도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 박수만치는 경우가 늘어나다보면 없었던 불화가 생겨나기도 한다. 먼로, 윌리엄스는 감독의 그런 머리 아픈 부분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선수들이다. 잠깐씩 코트를 들락날락하는 정도에 그치더라도 출장시간에 대해 불만을 품지않으며 반대로 1옵션이 부상이라도 당하게되면 투지를 불태우면서 빈자리를 메우기위해 최선을 다한다.
스펠맨과 워니는 피가 뜨거운 선수들이다. 실력이야 더 이상 검증이 필요없을 정도지만 한번씩 지나치게 업되서 분위기를 해칠 때도 있다. 그럴 때 양팀의 두 외국인 베테랑들이 필요하다. 선배로서 후배 에이스의 흥분된 감정을 진정시켜주거나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하는가하면 코트에 나가있는 동안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통해 분위기를 바꾸기도 한다. 양팀의 1옵션 외인이 불이라면 2옵션 외인은 똑같이 물이라고 할수 있다.
다소 전력차가 존재한다고는 해도 챔피언결정전같은 큰 무대에서는 매경기 혹은 전체 시리즈의 분위기를 어떤 팀에서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느냐에 따라 승패의 흐름이 요동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의외로 먼로와 윌리엄스가 또 다른 키플레이어가 될지도 모른다. 상수에 더해 변수가 난무할 양팀의 격돌에 더욱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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