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님~” 소리 사라진 식당들…“주문은 알아서 하세요” [밀착취재]
업주들 “인건비 상승 여파로 인한 구인난”
“잘못 주문했다는 항의도 줄어 일석이조”
기계 어려운 노년층·일자리 감소 우려도
“주문은 태블릿에서 하시면 됩니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한식집. 여타 음식점과 달리 손님들이 “이모님, 여기 주문이요!”를 외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자리 안내만 받고 앉은 손님들은 즉시 태블릿PC로 손을 뻗었다. 식사 중간 음료를 주문하려던 다른 손님들도 두리번두리번 종업원을 찾는 대신 바로 태블릿으로 추가 주문을 했다.
이곳 업주 김모씨는 지난해 말 10여대의 태블릿을 테이블마다 설치했다고 한다. 손님이 태블릿에서 스스로 메뉴를 고르고 확인 버튼을 누르면 주방으로 바로 주문지가 출력되는 ‘무인 결제’ 시스템이다. 김씨는 “설치 초반엔 낯설어하는 손님들이 많아 일일이 설명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 근무 효율성이 한층 높아졌다”며 “대여 비용이 월 30만원 정도 들긴 하지만 홀 직원을 절반으로 줄여 인건비가 훨씬 낮아졌다”고 전했다.
주로 패스트푸드점이나 푸드코트 등에서 활용됐던 셀프 주문·결제가 일반 음식점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각종 물가 인상과 더불어 인건비도 함께 오르자 종업원을 줄이고 무인주문기(키오스크) 한 대를 들이거나 테이블마다 태블릿을 놓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도 한몫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국숫집을 운영하는 업주 박모씨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주문이 선호되면서 지난해 초 태블릿 주문으로 모든 주문 방식을 바꿨다”며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지난 몇 년 사이 아르바이트생 구하기도 정말 힘들어지다보니 태블릿을 들였는데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예전에는 종종 손님이 ‘이 메뉴 안 시켰는데요’고 항의하는 등 제대로 소통이 안돼 난감했던 적이 있었는데, 최근엔 확실히 메뉴 잘못 나가는 일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외식업에서 무인주문기 사용 비율은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외식업체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프랜차이즈업 무인주문기 사용 비율은 2019년 4.2%, 2020년 6.9%, 2021년 9.7%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도 소상공인의 구인난 해소와 경영 서비스 효율화를 위해 스마트상점 기술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상점은 이 같은 태블릿 결제뿐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고객의 편의성은 극대화하고 소상공인의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매장을 뜻한다.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지원·보급한 스마트상점은 2만4000개에 이른다.
손님들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음식값을 N 분의 1로 나눠서 결제할 수 있는 더치페이 기능도 있을 뿐 아니라 마음 편하게 고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직장에서 막내라는 이서영씨는 “직장 상사나 동료들과 다 같이 점심을 먹을 때 제가 주문 담당인데 메뉴를 많이 고르다보면 헷갈리기도 하고 주문할 때 긴장이 됐었다”며 “태블릿 결제는 그냥 클릭만 하면 되니 더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기계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노년층이나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중구의 한 한식집에서 만난 손님 최모(64)씨는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처음 사용 당시 한참 기다려도 종업원이 오지 않길래 카운터에 가니 태블릿으로 주문하면 된다고 해 당황했다”며 “이게 그냥 메뉴를 담은 뒤 확인 한 번만 누르면 바로 주문이 들어가고 취소가 되지 않아서 잘못 시킨 같은 메뉴 세 개가 나온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며 실제 종업원 수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외식 사업체당 평균 종사자 수는 2018년 3.02명에서 2021년 2.42명으로 3년 만에 19.9% 감소했다.
업주 김씨는 “인건비 상승 여파로 서로 얼굴 붉히며 종업원을 쓰느니 기계를 택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라며 “요즘 식당들은 구직난보다 구인난이 더 심해 맞는 추세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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