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텀, 男마라톤 역대 2위 2시간01분25초…女 '천재' 하산 우승
트랙 중거리·장거리 챔피언 하산은 처음 도전한 마라톤 풀코스에서 우승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켈빈 키프텀(23·케냐)이 남자 마라톤 역대 2위 기록인 2시간01분25초에 42.195㎞를 달려 2023 런던마라톤 정상에 올랐다.
여자 트랙 중거리와 장거리에서 모두 올림픽·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따내 '신인류'라고 불리는 시판 하산(30·네덜란드)은 처음 출전한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하며 또 한 번 육상계를 놀라게 했다.
키프텀은 2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3 런던마라톤에서 2시간01분25초로 우승했다.
이날 키프텀의 기록은 엘리우드 킵초게(39·케냐)가 지난해 9월 베를린마라톤에서 세운 세계기록 2시간01분09초보다 16초 느린 '역대 2위 기록'이다.
키프텀은 2022년 12월 발렌시아마라톤에서 작성한 개인 최고 기록 2시간01분53초를 4개월 만에 28초 앞당겼다.
킵초게를 세계 마라톤의 숙원인 '서브 2'(2시간 이내에 풀코스 완주)를 달성할 1순위로 꼽았던 세계 육상계는 1999년생 키프텀에게 조금씩 시선을 옮기고 있다.
키프텀은 경기 뒤 AP통신, BBC와의 인터뷰에 "오늘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 레이스 중에 약간 비가 내리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코스가 좋았다"며 "나는 마라톤을 정말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마라톤을 하며, 기록에 도전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남자부 2위는 2시간04분23초에 달린 제프리 캄워르오르(케냐)가 차지했다.
'마라톤 은퇴 경기'를 치른 모 파라(영국)는 2시간10분28초로 9위를 했다.
파라는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남자 5,000m·10,000m를 석권하며 금메달 4개를 목에 걸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 6개·은메달 2개를 획득했다.
2000년대 세계 육상계에 '단거리는 우사인 볼트, 장거리는 파라'라는 공식이 지배할 정도로 파라는 실력을 갖췄고, 인기를 누렸다.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으며 성공 신화를 이루기도 했다.
트랙에서 신화를 일군 파라는 2017년 8월 '마라톤 전향'을 선언했고, 2018년 시카고 마라톤에서 2시간05분11초의 당시 유럽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마라톤 은퇴'를 선언하고, 런던 시내를 달린 파라는 트랙 종목 은퇴도 고민하고 있다.
여자부에서는 하산이 2시간18분33초를 기록, 2시간18분37초의 알레무 메거르투(에티오피아)를 제치고 우승했다.
도쿄올림픽 여자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페레스 제프치르치르(케냐)는 2시간18분38초로 3위에 올랐다.
하산의 인생처럼, 마라톤 첫 우승도 극적이었다.
하산은 25㎞ 지점에서 엉덩이를 움켜쥐며 통증을 호소했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속력을 높인 하산은 선두권에 진입했다.
자신의 물을 함께 달리는 경쟁자에게 건네기도 했다.
경기 뒤 하산은 "마라톤 완주도 장담하지 못했는데 첫 풀코스 도전에서 우승했다"며 "레이스 중에 엉덩이에 통증을 느꼈지만, 점점 나아졌다"고 떠올렸다.
"아직도 마라톤은 어렵다"는 하산의 말이 오히려 그의 천재적인 재능을 더 두드러지게 했다.
하산은 2019년 도하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1,500m와 10,000m에서 모두 우승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동일인이 중거리 1,500m와 10,000m를 석권한 건, 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여자 5,000m와 10,000m 금메달,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하산은 도쿄올림픽 일정을 마치고 "너무 힘들다. 세 종목에 모두 출전하기로 한 내 선택을 후회한다"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중거리 1,500m와 장거리 5,000m, 10,000m에서 동시에 메달을 획득하는 올림픽 육상 역사상 최초 기록을 만들었다.
육상에서 중거리 1,500m와 장거리 5,000m, 10,000m는 '완전히 다른 종목'이다.
하산은 중거리와 장거리에서 모두 세계 최정상급 기록을 만들며 '신인류'라고 불렸다.
여기에 트랙이 아닌 도로에서 펼치는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하며 세상을 또 놀라게 했다.
하산은 에티오피아 아다마에서 태어났지만, '살기 위해서' 2008년 고향을 떠났고 난민 신분으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정착했다.
유일하게 돈이 들지 않는 종목이라는 이유로 육상을 시작한 하산은 트랙과 도로에서 엄청난 재능을 뽐내며, 누구도 내딛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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