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 ‘언어와매체·미적분’ 선택 쏠림… “문과침공 심해질 듯”

김유나 2023. 4. 23. 22: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월 학력평가 채점 결과
수학 선택과목 표준점수 최고점
미적분 159점·확률과통계 150점
언매도 이과 상위권 꾸준히 몰려
영어 어려워… 90점이상 1.9% 그쳐
“탐구영역도 대체로 고난도” 분석
N수생 빠진 시험… 수능과는 차이
지난달 23일 치러졌던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 채점 결과가 공개됐다. 한 해의 첫 고3 모의고사인 3월 학평은 수험생들이 자신의 학력 수준을 가늠하고 앞으로의 대입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중요한 시험이다. 이번 학평에선 영어가 매우 어려웠던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국어 ‘언어와매체’, 수학 ‘미적분’ 쏠림현상도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시업체들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문·이과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구도라고 내다봤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대비 첫 모의고사인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 3월 23일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시험지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수 선택과목 쏠림 심화

23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통합수능 3년 차인 올해 3월 학평은 국어·수학영역의 특정 선택과목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수학에서 미적분 선택 비율은 43.5%로, 지난 3년간 3월 학평(2021년 33.7%, 2022년 39.1%) 중 가장 높았다. 통합수능 이후 미적분 선택 비율은 본수능에서도 2022학년도 39.7%, 2023학년도 45.4%로 증가 추세다. 3월 학평에서의 미적분 선호 현상이 이어진다면 11월 본수능에서도 전년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미적분 쏠림현상은 수학에서 미적분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문과와 이과가 따로 수학 시험을 치르고 등급도 따로 나오던 이전 수능과 달리 통합수능은 문·이과 구분 없이 등급을 받는다. 수학은 공통과목과 선택과목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A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의 공통과목 평균점수가 B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의 공통과목 평균점수보다 높다면 A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의 점수가 상향 조정되는 구조다.

미적분의 경우 주로 수학에 친숙하고 과거 이과를 선택하던 수험생이 선택해 공통과목 평균점수가 확률과통계 선택자들보다 대체로 높고, 표준점수 만점도 확률과통계보다 높다. 최근 수학 1등급 대부분은 미적분 선택자가 가져가고 있다.
종로학원은 이번 학평에서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을 미적분 159점, 확률과통계 150점으로 추정했다. 미적분 만점자는 확률과통계 만점자보다 9점 더 높은 점수를 받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2021년과 2022년 3월 학력평가(7점 차)보다 벌어진 것이다.

국어의 경우 언어와매체 선택 비중이 37.6%에 달했다. 역시 2022학년도 통합수능 도입 후 3년간 치러진 3월 학평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언어와매체 선택비율은 2021년 26.4%였으나 2022년 34.7%였고 이번에 2.9%포인트 더 올랐다. 실제 수능에서는 2022학년도 30%, 2023학년도 35.1%였다.

언어와매체는 화법과작문보다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표준점수를 얻을 수 있어 특히 이과 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 선택 비중이 높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언어와매체 146점, 화법과작문 143∼144점으로 2∼3점 차이가 난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는 지난해 3월 학평(5점 차)보다는 다소 줄어든 수치다.

종로학원은 “대부분의 이과생이 표준점수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획득하는 언어와매체, 미적분에 쏠리는 현상이 심화해 문과와 이과 점수 차가 클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상태로서는 수능에서도 문과 교차지원 등 통합수능에 따른 선택과목 간 유불리가 더 크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영어·탐구는 어렵게 출제

이번 3월 학평의 또 다른 특징은 영어와 탐구영역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영어의 경우 90점이 넘어 1등급을 받은 비율은 1.98%에 그쳤다. 이전 학평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은 2021년 3.7%, 2022년 3.4%였다. 수능에서는 2022학년도 6.2%, 2023학년도 7.8%로 비교적 평이하게 출제됐던 만큼 수험생에게는 이번 시험이 더욱 어렵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는 평가다.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는 “지난해 3월 학력평가보다 응시자는 5420명 증가했으나 1등급 인원은 4337명, 2등급 인원은 9037명 감소하는 등 무척 어려웠던 시험이었다”고 평가했다. 5등급까지 감소한 인원은 2만7000명이 넘는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는 과목별로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지난해 3월 학평보다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사탐의 생활과윤리 표준점수 최고점은 81점으로 전년(76점)보다 5점 올랐고, 윤리와사상도 1년 새 84점에서 86점으로 2점 더 올랐다. 과탐의 경우 지구과학Ⅰ의 최고점이 전년 74점에서 올해 82점으로 크게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탐구영역에서 과탐을 선택한 비율은 47.2%로, 최근 3년간 학평(2021년 43.8%, 2022년 45.3%) 중 가장 높았다.

3월 학평은 수능과 출제 범위가 다르고, 재수생 등 ‘N수생’은 치르지 않아 실제 수능 성적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3월 학력평가 성적이 수능 성적이라고 속단해선 안 되고 가늠자 정도로 봐야 한다”며 “성적표에 있는 정오표를 중심으로 자신의 취약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이후 학습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