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공사채 늘었는데 은행채까지 발행 한도 확대…회사채에 ‘먹구름’ 가능성

유희곤 기자 2023. 4. 23.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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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만기 은행채 62조원…신규 발행 규모 커지며 자금 빨아들일 수도

이달부터 올 상반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 물량이 62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채 등 공사채 발행량이 늘어난 상황에서 발행 한도가 확대된 은행채가 순발행(발행액이 상환액보다 큰 상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용도가 높은 은행채와 공사채 물량이 큰 폭으로 늘면 신용도가 낮은 일반 회사채가 다시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3일 증권가 등에 따르면 이달부터 오는 6월까지 석 달 동안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 물량은 각각 18조9200억원, 23조1300억원, 20조57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 2분기 은행채 만기 물량은 총 62조6200억원으로 1분기(48조3600억원)보다 29.5% 많다.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만기 물량보다 더 많은 은행채를 발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6일부터 은행채의 월간 발행 한도를 같은 달 만기 물량의 100%에서 125%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다.

한전채, 주택저당증권(MBS) 발행량은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을 넘어섰다. 한전채는 지난 21일 기준으로 9조5500억원이 발행돼 지난해 같은 기간(8조9000억원)보다 7.3% 늘었다. MBS도 6조6400억원에서 8조2100억원으로 23.7% 증가했다. MBS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주택저당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해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재원으로 활용한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채 발행이 증가하면 지난해처럼 한전채 물량에 은행채가 가세하면서 (민간채권평가기관 평가보다 금리가 높게 결정되는) 약세 발행이 심화하고 이에 따른 다른 회사채 및 여전채의 구축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금융당국이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정상화 유예 조치를 예정대로 오는 6월 말에 종료하면 은행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채권 발행을 늘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LCR은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현금 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자산의 비율이다. LCR 규제는 기존에 100%였으나 코로나19 사태 후 85%로 낮아졌다가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던 중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후 올 6월 말까지 92.5%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은행들의 지난해 말 기준 LCR 비율은 100%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은행채나 공사채 발행이 늘더라도 회사채 등이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도 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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