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노력 끝에…‘미소’를 부르는 양쯔강

이종섭 기자 2023. 4. 2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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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쯔강 복원’ 현장 가보니
중국 멸종위기 돌고래 ‘장툰’
귀여운 외모 ‘미소천사’ 불려
정부·지방 팔 걷고 보호 나서
오염원 없애고 생태섬 조성
개체 200여마리 증가 ‘성과’
가뭄 등 온난화 위협은 숙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는 승률과 성공보수만이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변호사 업계에서 여전히 자신만의 소신을 갖고 일하는 인권변호사 류재숙을 양쯔강 돌고래에 비유하며 이렇게 말한다. “돌고래는 주로 바다에 살지만 강물에도 적응해 사는 개체군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양쯔강 돌고래야. 중국 양쯔강에 살았는데 멸종이 선언됐어. 나는 (류재숙 변호사 같은 사람이) 멸종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전체 길이 6300㎞. 중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창장(長江·양쯔강)은 중국인들에게 ‘어머니의 강’으로 불린다. 이곳에는 최소 2000만여년 전부터 두 종류의 돌고래가 서식해왔다. <우영우>에서 소개된 양쯔강 돌고래는 바이지툰으로 불리는 흰 돌고래다. 희귀성 때문에 ‘수중 판다’ 또는 ‘창장의 여신’으로 불렸던 이 돌고래는 2007년 ‘기능적 멸종’이 선언됐다. 기능적 멸종은 극소수의 개체가 존재할 수는 있지만 자연 번식이 불가능해 생태계 내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아직 창장에는 유일한 민물 돌고래 한 종이 남아 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미소 천사’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장툰(江豚·사진)이다. 상괭이의 일종인 장툰은 과거 인도·태평양 상괭이와 같은 종으로 분류됐지만 학계 연구에 따라 지금은 독립적인 종으로 인정되고 있다. 장툰이 창장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장툰도 바이지툰처럼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다. 환경오염과 남획, 지구온난화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해 현재는 1000여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다. 중국은 장툰을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 담수 포유동물이자 국가 1급 보호동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동시에 창장 생태계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지표종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창장 생태계 복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창장 살리기에는 지방정부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강 하류에 자리 잡은 장쑤(江蘇)성은 창장 생태계 복원과 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다. 지난 11일 찾은 장쑤성 성도 난징(南京)에 위치한 난징생태과학기술섬은 창장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지방정부의 노력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장쑤성과 난징시 정부는 2012년부터 난징 도심을 흐르는 창장 내 15.21㎢ 면적의 섬을 탄소 제로 미래도시 모델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난징생태과학기술섬의 특징 중 하나는 섬 전체를 시민들의 생태적 휴식 공간이자 교육 공간으로 만드는 데 있다. 섬 안에 마련된 창장장툰과학교육센터는 그 상징적인 공간이다. 2020년 10월 문을 연 이곳은 창장의 난징 도심 구간에서 장툰의 활동과 수상 생태계를 연구·모니터링하면서 시민들에게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장쑤성 난퉁시 빈장공원 앞으로 창장이 흐르고 있다. 난퉁 | 이종섭 특파원

창장을 살리려는 노력은 창장의 가장 끝자락에 있는 난퉁(南通)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난퉁시는 2018년부터 창장 생태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해 12㎞에 이르는 강안을 복원했다. 강을 따라 늘어선 화학공장 등 주 오염원이 되는 공장 200여곳과 50여개에 달하던 부두를 폐쇄·이전하고 강변 불법 건축물을 철거했다. 매캐한 연기와 폐수를 방출하던 공장들이 즐비하던 곳에는 현재 습지 생태공원이 조성돼 있다. 난퉁시 충촨(崇川)구에 자리한 오산강변생태지구의 빈장(濱江)공원이 바로 그 장소다. 전체 면적이 10.8㎢로, 도심 속에서 창장 생태계를 보호하는 완충녹지이자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방정부들의 노력은 중앙정부의 지원과 일정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 1월 창장 유역 332개 수생생물 보호구역에서 어획을 전면 금지시켰으며, 이듬해에는 창장 유역 중점 수역에서도 10년간 어획을 금지했다. 또 2020년 말 창장보호법을 제정해 10년간 어업 금지를 비롯한 창장 자원 보호와 오염 방지, 생태환경 복원 등에 관한 내용을 법적으로 명문화했다.

이 같은 노력 덕에 2018년 조사에서 1012마리로 파악됐던 장툰은 지난해 1249마리로 증가했고, 난징 등 도심 구간에서의 출현 빈도도 많아졌다. 펑쥔(馮俊) 난퉁대 장쑤창장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녹색 발전을 중요시하는 시대 변화에 따라 창장보호법 제정 등의 노력이 있었고, 그것은 사라져가는 장툰을 다시 볼 수 있는 상징적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노력들만으로 과거처럼 강 돌고래가 자유롭게 헤엄치던 창장의 생태계를 온전히 복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댐 건설과 지구온난화에 따른 잦은 가뭄 등 위협 요인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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